정상훈 미래에셋상하이투자자문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증권 투자포럼에서 ‘중국에서 잘 먹히는 한국 기업의 요건’이란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소개했다.변호사인 정 대표는 중국 최대 법률사무소인 킹&우드의 유일한 외국인 파트너를 거쳐 2008년 미래에셋에 합류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과 금융업무 등을 돕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중국에서 ‘잘 나가는’ 한국 기업은 중국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길게 보고 투자를 늘려온 것도 성공 기업들의 유사점”이라고 분석했다.그는 “이랜드의 경우 10년 이상 중국 백화점에 입점하지 못해 고생했지만 고가 정책을 버리지 않고 영업에 매진한 결과,이제는 주요 백화점들이 매장을 서로 내주겠다고 줄을 설 정도로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락앤락 역시 상하이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에 매장을 열고 곳곳에서 수년간 광고판을 설치하며 인프라를 구축한 덕분에 이제는 상하이 가구의 99% 이상이 락앤락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두 기업 모두 진출 초기 적자로 고전했지만 수요가 늘어날 것을 믿고 꾸준히 투자한 것이 결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반대로 한국에서 유명한 기업이 중국에서는 힘을 못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이 공통된 실책”이라고 지적했다.중국에서 3~4년 일하다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순환배치식’ 인력관리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정 대표는 조언했다.
정 대표는 “기술력을 가진 대만,금융 노하우가 탁월한 홍콩과 싱가포르,미국 실리콘밸리의 화교자본 등도 범중국시장으로 보는 글로벌한 시각을 가져야 성공 확률이 높다”며 “중화권 경쟁사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 한국 기업으로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