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 디스플레이 · 기계 맑음,조선 흐림.' 산업연구원(KIET)이 전망한 내년도 국내 10대 주력업종의 기상도다.

산업연구원은 25일 '2011년 경제 · 산업 전망'보고서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인 국내 경기가 내년에는 경기부양 효과 소진,세계 경기회복 약화 등으로 상당 정도 둔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좋았던 국내 경기가 내년에 둔화되면서 업종별 경기도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 6.0%에서 내년에는 4.3%로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증가율 디스플레이가 최대

KIET가 전망한 내년 수출 증가율은 올해 대비 9.9%다. 올해 예상 증가율(28.3%)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디스플레이가 15.4%로 가장 높다. 재고 증가에 따른 패널 가격 하락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TV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수출에 플러스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반기계(13.0%),반도체(10.4%),자동차(10.1%)도 10%대 초반의 증가세가 기대된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센터소장은 "올해 수출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내년에 10%대 초반의 증가세만 보여도 괜찮은 성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철강(9.9%),석유화학(9.2%),섬유(6.7%),정보통신기기(5.7%)는 전체 평균 이하다. 특히 조선은 구름이 잔뜩 끼었다. 올해 10.2%에 달한 증가율이 내년에는 1.1%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조량이 수주량을 웃돌면서 수주 잔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올해 30.7% 증가한 가전도 내년에는 4.7%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생산과 내수는 반도체가 선도

생산과 내수 측면에선 반도체가 단연 돋보인다. 스마트폰 등 첨단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늘면서 내년 국내 생산은 올해보다 14.3%,내수는 17.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둘 다 10대 주력업종 가운데 최대다. 일반 기계도 국내 생산(11.2%)과 내수(10.9%) 모두 10%대 초반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정보통신기기는 대표적 '턴어라운드' 업종이다. 올해는 국내 생산이 6.6% 감소하지만 내년에는 4.8% 증가한다. 스마트폰과 모바일PC 수요 증가와 무선 네트워크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덕분이다.

자동차는 수출 경기가 좋지만 내수는 제자리 걸음이다. 내년 내수 증가율 전망치는 1.5%다. 생산 증가율 전망치도 2.2%에 그친다.

석유화학은 폴리에틸렌 등 주요 제품의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내년 내수는 3.4%,생산은 2.8% 늘어날 전망이다. 최대 수입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탄탄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철강은 주요 수요 산업인 기계 자동차 등 제조업의 안정적인 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건설과 조선산업의 침체로 내년 내수는 1.2%,생산은 2.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하락 큰 악재 아니다

KIET는 국내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이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략적인 접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흥지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경제 협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함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첨단 부품 · 소재 육성,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친환경 제품 개발도 향후 한국 경제의 과제로 지적했다.

원 · 달러 환율 추세에 대해선 "주요 수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외 생산 확대와 수출 시장 다변화,제품 차별화,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으로 과거보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줄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