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사·풍경이 와인예술로 블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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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와인의 메카 프랑스 보르도
가론강과 지롱드강 따라 1만여개 와이너리
웅장한 고성에서 하룻밤도
가론강과 지롱드강 따라 1만여개 와이너리
웅장한 고성에서 하룻밤도
11월 말 프랑스 보르도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아침 나절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금세 해가 반짝,하늘 한 귀퉁이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다. 포도 수확철(9,10월)이 지난 늦가을의 보르도 와인투어.여유롭게 와이너리를 둘러보며 다양한 와인의 맛과 향에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포도밭에 물든 단풍도 멋지다. 운이 좋으면 와이너리마다 우뚝 서 있는 중세시대 고성(古城)에서 하룻밤 묵으며 성주(城主)가 만든 음식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콧대 높은 보르도 와인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562㎞ 떨어진 보르도는 세계 최대 와인 생산지이자 최고(最古) 와인 역사를 가진 곳이다. 중세시대부터 포도주와 무역항으로 번성해 전통 부호들이 많다. 가론강과 도르도뉴,지롱드강을 따라 늘어선 1만여개의 와이너리는 보르도의 대표 부자들이다. 파리 사람들을 한 수 아래로 볼 만큼 콧대도 높다.
보르도 와인의 특징은 '블랜딩의 예술'에 있다. 한 가지 포도 품종으로 만드는 단품종 와인과 달리 보르도는 여러 가지 품종을 섞어 만든다. 와이너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발효가 끝나고 숙성 과정이나 병입 직전에 섞는다. 섞는 품종은 엄격히 제한한다.
레드 와인의 경우 카베르네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프랑 등 6가지 품종 중에서만 골라 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수백년간 내려온 보르도 와인만의 전통이기 때문"(마리 에스테브 보르도와인협회 홍보담당)이란다.
어떤 품종을 쓰는지도 에티켓(와인 생산지와 빈티지 등을 적은 레이블)에 적혀 있지 않다. '보르도 와인'이라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정 궁금하면 찾아보라는 식이다.
보르도의 '오만'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와이너리를 체험해보는 순간 이는 자부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르도 와이너리는 대부분 18세기,더 멀게는 13세기부터 내려오는 전통 명문가들이다. 중세시대 지어진 고성에서 수세기째 전통을 고수하며 와인을 만들고 있다. 생테밀리옹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인 '샤토 드 캬마르삭'의 대표인 티에리 뤼르통도 12대째 내려오는 와인 명문가다. "와인에는 단순히 맛이 아닌 역사와 문화 환경 등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보르도 와인의 철학"이라는 게 그의 설명.
◆'페트뤼스' 한모금에 80유로
올해 수확한 2010년 빈티지 와인은 어떨까. 대부분의 샤토 주인들은 하나같이 "환상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기후 덕에 포도 수확이 어느 해보다도 좋았기 때문이다. 메도크 지역의 '샤토 비스통 브리예트'의 대표인 비스통 브리예트는 "보르도 와인은 보통 1996년 빈티지를 최고로 쳤으나 2년 뒤부터 판매될 2010년산은 이보다도 좋은 와인이 될 것"이라며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물론 블랜딩의 마술은 결혼과도 같아 처음에는 맛이 좋아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와인이 있고,반대로 처음에는 별로였지만 갈수록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06년 빈티지가 후자에 속한다.
보르도 와이너리를 돌며 좀 더 럭셔리한 시음회에 참여하고 싶다면 맥스보르도와인갤러리(www.maxbordeaux.com) 같은 곳을 찾아도 된다. 수시로 부자들을 위한 와인행사를 여는데,가령 고가 와인의 대명사인 '페트뤼스' 2002년 빈티지 한 잔을,그것도 한 모금 정도에 80유로를 받고 시음회를 연다.
보르도 와인투어의 장점은 최고 수준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각 지역이나 와이너리마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보르도는 지리와 풍토 등에 따라 크게 메도크 생테밀리옹 코트 등 6개 지역의 57개 아펠라시옹(원산지)으로 나뉘는데 지역마다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어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다.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메도크 지방에서는 보르도 특유의 자존심을,코트 지역에서는 젊은 와이너리들의 도전정신을,생테밀리옹에서는 뛰어난 풍광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상당수 와이너리들이 웅장한 고성에 게스트 하우스를 마련,여행객들을 받고 있다. 1박에 200~300유로를 받는 곳도 있지만 100유로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곳도 있다. 보르도 관광청(www.bordeaux-tourisme.com)을 통해 안내받을 수도 있고,개별 샤토 홈페이지 예약도 가능하다.
보르도(프랑스)=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여행 TIP
보르도 와인투어를 시작하기 전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보르도와인협회가 운영하는 에콜드뱅이다. 보르도 와인의 역사에서부터 와인의 종류,포도 품종,마시는 법 등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와인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1박2일짜리 집중코스(350유로)도 있지만 일반인들은 2시간짜리 강의(25유로)면 충분하다. 인터넷(www.bordeaux.com)으로 예약하면 된다.
네고시앙(와인중개상)들이 소유한 와인전문숍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다. '라 와이너리'(www.winery.fr)는 개인별 와인 취향을 알아보는 와인별자리 프로그램(1인당 16유로)도 운영한다. 와인과 골프를 같이 즐길 수도 있다. 메도크 지역의 '호텔골프메도크'(www.hotelgolfdumedoc.com)는 36홀짜리 유럽 내 100대 코스를 보유하고 있는데,66유로(카트비 포함)면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보르도 와인투어 정보는 보르도관광청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보르도한인청년회(cafe.daum.net/Bordeaux-coree)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와인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뱅앤비노 등)는 보통 500만원 안팎(8일 기준)의 상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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