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이 최근 2년간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확장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신사업은 당장 수익은 나지 않는,그야말로 미래 성장동력이다. 신사업 가운데 전기자동차 전장부품이 내년부터 두각을 드러낼 것이다. "

구자균 LS산전 부회장(53)은 25일 인터뷰를 시작하며 신성장동력 이야기를 꺼내자 자리를 당겨 앉았다. 지난 2년간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확장한 데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오랜 시간을 할애해 현재 사업과 신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설명했다. 경기 안양시 LS타워 10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1시간반가량 이어졌다.

▼지난 2년간 스몰 M&A(기업 인수 · 합병)로 신사업 진출이 활발했는데.

"LS산전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보면 된다. 기존 사업인 전력자동화 사업과 신사업인 그린 비즈니스다. 기존 사업은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력솔루션 사업부문의 올해 매출은 9000억원을 넘어 선다. 올 전체 매출 목표치인 1조 4435억원의 60%를 넘는 수준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60%를 넘는다. 상당히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를 해외시장으로 가져가면 상당히 비중이 낮다. 세계 전력시장의 2%가 채 되지 않는다. M&A는 회사의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실행한 것이다. 중국 현지 배전업체인 호개전기를 인수한 것이 그렇다. "

▼반년에 한 번꼴로 기업을 인수하거나 신규 회사를 설립했다. 배경이 무엇인가.

"LS산전은 1974년에 세워졌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상당히 체력이 약해졌다. LG그룹에 소속해 있던 시절 계열사가 공장을 설립하면 그곳에 가서 전력기기를 납품하는 등 '편안한' 사업을 해왔다. 그러면서 외환위기가 닥치자 경영이 악화됐다. 존폐기로에 섰을 정도였다. 순차입금이 1조5456억원,부채비율은 1368%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사업을 매각해야 했다. 엘리베이터 사업을 팔고 사람들을 대규모로 정리했다. 1999년부터 시작한 구조조정이 끝나고 2008년이 됐을 때 보니 회사 성장성이 떨어져 있었다.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맡았을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를 고민했다. "

▼신사업 발굴 성과에 만족하는가.

"LS 오너 경영인이자 인간 구자균이 10년,20년 뒤 LS산전에서 한 일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신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사업은 전력기기라는 주력 사업과 연관이 있는 것들로만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 1년간 신사업이 적자를 냈지만 기존 사업이 계획 이상으로 돈을 벌어주면서 올해 실적 계획치를 맞출 수 있었다. 내년이면 전기자동차 부품사업 등이 성장세에 들어간다. 2015년까지 매출 4조5000억원,전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 40% 달성이란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

▼올 들어 GM의 1차 협력사가 됐다. 전기자동차 부품 사업 계획은 어떤가.

"고압의 전기에너지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는 전력기기가 핵심이다. 배터리에 안정적인 전기 에너지 공급과 차단을 담당하는 EV릴레이가 가장 먼저 사업화에 성공했다. 비밀유지 계약으로 인해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럽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3곳과 협력하기로 했다. 해당 회사들에 1000억원을 초과하는 EV릴레이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 시장은 '기회의 창'이라고 본다. 지금 전기차 부품을 수주하면 3~4년 뒤에 본격적인 납품을 시작한다. 업계에선 내년까지 부품시장을 잡는 업체가 전기차 부품시장을 석권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타이코,일본의 파나소닉이다. 미국 투자은행들도 전기차 부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V릴레이와 함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PCU(전기차 인버터)다. 현대차의 고속 전기자동차인 블루온에 우리 제품이 들어간다. 앞으로 3년 내에 이 분야에서 1조원 수주를 거둘 것이다. "

▼한국스마트그리드 협회장과 세계스마트그리드협회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LS산전 역시 스마트 그리드 산업에 뛰어들었다. 언제쯤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보는가.

"과거엔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가 강국이었지만,이제는 에너지 기술을 가진 나라가 강국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의 전력인프라와 정보기술(IT)이 결합해 효율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쓰는 시스템이다. 하나의 산업이라기보다는 '산업 트렌드'다. 어느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건설 통신 전력 IT 가전 등 다양한 산업군(群)에 속한 기업들이 공동 대비해야 하는 미래 시장이다. 우리가 구축 중인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는 시작일 뿐이다. 제주도 체험관에 가보면 전기요금이 가장 싼 시간대에 세탁기가 돌아가고,비싼 시점엔 집안 조명이 자동으로 어두워지도록 돼 있다. 이런 것들이 분당과 같은 지역 전체에 적용되는 것은 2020년께나 돼야 한다. 기술은 이미 마련돼 있는데 기술의 표준,정부의 정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 조기 사업화란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다. "

▼LS산전은 스마트 그리드 사업과 관련한 중 · 장기 비전을 어떻게 수립해 놓고 있나.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은 모두 스마트 그리드라는 전제 아래 있는 것들이다. 전혀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의 경우 우리는 1986년부터 사업을 준비해왔다. 우리나라 최초로 사업을 시작해 인천공항(2007년)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세웠다. 삼성이 폴리실리콘과 같은 아래 단계의 태양광을 준비한다면,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은 좀더 위의 단계 사업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전력망에 연계하는 PCS(power conditioning system)사업,원격지에서도 태양광 발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친환경 전력기기,연료전지,전력용 반도체가 그것이다. 녹색성장이란 트렌드를 좇아 이 사업,저 사업에 뛰어드는 단순한 확대 전략과는 다르다. "

▼내년에 투자자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추가 M&A도 있나.

"신규 M&A와 관련해선 기존 사업 역량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언제든지 검토할 수 있다. 매년 영업활동을 통해 2000억원의 현금이 발생한다. 부채비율도 98%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총차입금 2467억원에 순차입금이 1719억원 수준으로 재무건전성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올해는 전력솔루션사업 매출이 9000억원 이상, 자동화솔루션 사업본부가 3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기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사업은 물론 신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와 관련해선 공장 에너지관리시스템(FEMS) 빌딩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이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돼 본격 시장 확보에 들어간다. 전기차 부품 사업은 내년 이후 더 큰 성장을 거둘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에선 지난 4월 부산사업장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이 완공되면서 중저압-고압-초고압에 이르는 제품 구성을 갖췄다.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인다. 기대해도 좋다. "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