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이 14t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57위 수준으로 우리나라 경제 규모(12위)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한은 기관운영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은은 외화자산 투자계획을 세울 때 금융통화위원회의 심의 · 의결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불구하고 한은 총재 1인의 결재로만 외화자산을 운용,2005년 이후 달러 · 유로 · 엔 · 파운드 등 4개 자산에만 집중 투자해 왔다. 이들 4개 자산의 투자 비중은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이나 중국 위안화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금을 지나치게 적게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국회에서 금 보유를 확대하라고 요구했지만 금통위에서는 한번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미국 8133t,독일 3406t,중국 1054t,일본 765t,대만 423t 등이다.

한은은 또 위안화가 2005년 이후 달러에 비해 평가절상되고 2008년부터 국채수익률이 높았지만 금통위 논의는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한은 총재에게 외화자산 운용계획을 결정할 때 금통위 심의 · 의결을 거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등 적정한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한은은 또 시중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총액대출한도제도의 시행을 제대로 관리 · 감독하지 못해 중소기업들이 연간 211억원의 이자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시중은행에서 중기에 대출해 준 3만5640건(12조8346억원) 가운데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않은 대출이 8674건(24.3%),금액으로는 2조7163억원을 차지했다.

한은은 또 작년 11월 공공부문 예산 절감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2010년 급여를 5% 삭감키로 발표했지만 개인연금 54억원을 편법 지원하는 등 실제 보수 삭감률은 0.9%에 그쳤다. 감사원은 올해 3월 선택적 복리후생비를 171.4% 인상하고 개인연금 명목으로 직원 1인당 240만원,총 54억원을 지급한 담당 임원에 대해 문책성 인사자료를 통보하고 과도하게 인상된 복리후생비를 감액토록 통보했다.

이에 한은은 금 보유량이 적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금은 가격 변동이 크고 유동성이 떨어져 자산으로 보유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최근 금값이 급등한 데다 한은이 금 매입을 시작하면 국제 금값이 추가로 뛸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매입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외화자산을 운용할 때 특정 통화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 중앙은행과 포트폴리오가 비슷한 수준이며 글로벌 경제 상황을 감안,중장기적으로 조정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장진모/박준동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