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했는데 저가에 주식 투자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요?"

아일랜드 정부가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한 이후, 금융시장 안정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에 아일랜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주식 직접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아일랜드 주식 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의 ISEQ지수는 금융위기 전 7800대에 달했으나, 2008년 급락해 아직 반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봄 3400 부근에서 오르내리던 지수는 아일랜드의 국가채무 불안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증시 회복세에 동참하지 못하고 최근 260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아일랜드 정부가 구제금융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투자심리 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다. ISEQ지수는 아일랜드 정부 관계자가 구제금융 수용 가능성을 언급한 18일(현지시간) 3% 이상 치솟았다.

특히 구제금융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금융주의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뱅크오브아일랜드(IRE) 주가는 18일 33.3%나 폭등했다. 거래량도 급증해 평소 600만주 거래에 불과하던 주식이 최근에는 2000만주 이상 손바뀜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아일랜드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해외영업팀 과장은 "아일랜드 구제금융 이슈가 터진 이후에 아일랜드 주식 투자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김석진 리딩투자증권 국제부 팀장은 "아일랜드 뿐만 아니라 스페인 등 재정위기 가능성이 불거진 다른 유럽 주식에 대해서도 워낙 주가가 싸다는 판단에 저가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것은 지점방문이나 전화주문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일랜드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나 DR(주식예탁증서) 거래가 더 활발하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MSCI아일랜드지수(EIRL)나 얼라이드아일리쉬뱅크(AIB), 뱅크오브아일랜드 등이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대박'을 노리고 이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구제금융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화된다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회복이 더딜 경우 최악의 경우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보다 앞서 금융위기를 겪은 그리스가 단적인 예다.

이용훈 과장은 "앞서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경우 ASE 지수가 6월 1400대에 저점을 찍은 후 1700선까지 반등하기도 했었지만, 강력한 은행 구조개편이 요구되면서 다시 증시가 조정을 받아 1400대로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 국가로 재정위기가 확산될 경우 진통이 예상되므로 신중하게 투자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실제 뱅크오브아일랜드의 주가는 아일랜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제기된 22일 17% 급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김석진 팀장은 "단순히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들어가기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구제금융 수혜가 크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형 금융주 투자가 바람직해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