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세 철폐 정면충돌…한ㆍ미 FTA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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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2라운드 전망
이익균형 안 맞으면 합의 못해…돌파구 마련 쉽지 않을 듯
이익균형 안 맞으면 합의 못해…돌파구 마련 쉽지 않을 듯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2라운드의 최대 쟁점은 자동차다. 최석영 FTA 교섭대표가 18일 밝힌 "극히 제한된 분야에서 주고받기식 협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자동차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한 · 미 양측은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 철폐 시한을 늦추는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견해차는 아직 좁혀질 기미가 없다. 누군가 물러서지 않으면 협상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미국차 보호 논란
최 교섭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향후 워싱턴 협상에서도 자동차 관세 철폐시한 연장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부가 결국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정면 부인한 것이다.
정부가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자동차 관세 철폐를 한 · 미 FTA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아왔기 때문이다. 관세 철폐를 늦추면 FTA의 경제적 실익이 줄어들고,'그럴거면 FTA를 왜 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협정 발효 뒤 즉시(3000㏄ 미만) 또는 3년 내(3000㏄ 이상)로 돼 있는 관세철폐 시한을 늦춰달라는 요구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한 · 미 FTA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우리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최상의 협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밝혀 자동차 분야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산 자동차 견제심리 확산
미국의 관세철폐 시한 연장 요구는 자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보호와 함께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 차에 대한 견제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된 한국 차는 45만대(현지생산 제외)에 달하고 지난달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8%로 1년 전(6.4%)보다 껑충 뛰었다. 반면 한국에 수출되는 미국 차는 7300여대에 불과하다.
한국과 미국은 또 관세환급 제한에 대해서도 맞서 있다. 관세환급은 예컨대 한국 차가 미국에 수출될 때 수입부품에 대해 미리 낸 8%의 관세를 우리 정부로부터 돌려받는 것이다. 미국은 관세환급을 제한하자고 주장한 반면 우리는 수출업체들에 중요한 내용이라며 거부했다.
자동차 수입 급증으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을 때 관세를 높여 수입을 막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해선 양국이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다. 최 대표는 "미국 자동차 관세는 2.5%이고,우리는 8%이기 때문에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미국도 상당한 피해를 본다"며 "양국 모두에 적용이 가능하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익 균형 맞출 수 있나
워싱턴 협상은 양측이 '이익의 균형'을 어떻게 새로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기존 협정문이 '이익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FTA 재협상은 미국 측 요청으로 시작돼 주로 미국이 요구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이뤄져 한국이 '일방적 퍼주기'협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우리 측 요구 사항에 대해 협상 전략 노출을 이유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일단 자동차 분야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추되 그렇지 않으면 다른 분야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가 얻어낼 것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 요구한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원산지 규정)문제와 투자자-국제소송제도(ISD) 문제는 협상 카드로 쓰지 않을 방침이다. 최 대표는 "원산지 문제는 너무 민감한 문제이고 ISD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독소 조항이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도 필요한 조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