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중국 긴축 우려와 유럽 재정 악화 부담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중국발 악재가 2004년 '차이나 쇼크'를 재연하진 않을 것인 데다 아일랜드 재정 문제도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1 · 11 옵션쇼크'로 미리 조정을 받은 상태여서 추가 하락할 경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며 1850~1860선을 단기 바닥권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의 추가 긴축 강도에 따라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했다.

◆"중국 긴축 2004년과 다르다"

코스피지수는 17일 미 증시 급락으로 개장 초 1870대까지 밀렸으나 2.02포인트(-0.11%) 하락한 1897.11에 장을 마치며 선전했다. 연기금이 두둑한 실탄을 기반으로 1400억원 이상 순매수한 데다 투신도 1000억원 넘게 사들여 낙폭을 줄였다. 반면 외국인은 3000억원 이상 순매도해 해외 악재에 민감한 모습이었다.

최근 증시는 중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럽 재정 악화 우려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유동성과 중국 경기선행지수 반등이라는 증시 상승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중국이 금리를 올리고 긴축에 들어가면 국내 기업 실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과거 차이나 쇼크와는 달라 긴축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조 센터장은 "2004년은 경기 호황 국면의 긴축이지만 현재는 바닥권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한 금리 인상"이라고 해석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도 "중국의 금리 인상은 자산시장 버블을 경계하는 것"이라며 "소비를 죽이면서까지 긴축을 강화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여전히 양적완화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만의 부분적 긴축이라는 점에서 2004년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 바닥은 1850~1860선

유럽의 재정 악화 영향도 상반기 그리스사태처럼 증시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는 악재가 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아일랜드와 그리스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아일랜드의 채무는 7312억달러로 그리스의 1754억달러에 비해 압도적으로 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리스는 전체 채무 중 절반 이상이 공공부채지만 아일랜드는 공공부채 비중이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문제가 터지면 곧바로 재정 긴축과 감세로 연결되지만 아일랜드는 유사시 '최종 대부자'인 정부가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순부채 면에서도 그리스가 올해 109%로 추정되는 반면 아일랜드는 55% 정도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하는 만큼 유럽 재정 불안은 앞으로 증시의 일시적인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1850~1860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추가 하락할 경우 연기금 등 저가 매수세가 낙폭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연기금과 국내 기관이 단기 급락 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추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만약 중국이 조기에 금리를 올릴 경우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로 시장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김동윤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