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채권 투자 증가가 장 · 단기 금리 간 연계성을 약화시켜 통화정책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국책연구기관에 의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외국인 채권 투자의 국내 장 · 단기 금리 차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07년 이후 급증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중장기 채권에 집중되면서 장기 금리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 국내 장 · 단기 금리 사이의 연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외국인 채권 투자가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특수채에 집중되고,최근 만기 구조도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장기 국채 등을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단기 금리를 조절해 장기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실물경제를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외국인 채권 투자가 국내 장 · 단기 금리 차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들어 더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달러를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미국의 양적완화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외국인의 채권 매입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외국인 채권 투자가 상당 부분 국제금융시장 여건 등과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해외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당국의 안정화 목표 달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DI의 이 같은 지적은 급격한 외국 자본의 유출입을 규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