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해외 법인 인력을 국내로 대거 소환하는 등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사진) 취임 이후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를 수술한 데 이은 후속 조치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다음 달 초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그룹 컨센서스 미팅(CM)을 갖고 보다 빠른 실행력을 갖출 수 있는 조직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해외 법인 파견인력 불러들여

LG전자는 이달 들어 MC사업본부,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등에서 해외 법인에 파견했던 인력 상당수를 국내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각 지역에 맞는 제품과 현지 마케팅 전략을 펴기 위해 남용 부회장 시절 세계 각지로 보냈던 지역비즈니스리더(RBL) 등의 조직이다.

구 부회장은 이들의 역할이 각 사업본부 및 판매법인과 중복된다고 판단,축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 간 상호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 조직을 만들었으나 이런 매트릭스형 조직 구조가 되레 의사결정과 업무 실행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 부회장은 이달 초 MC사업본부를 개편하면서 해외 연구소에 기존 지원조직이 맡던 지역 특화 제품 연구 · 개발(R&D) 담당을 별도로 배치,이번 개편을 예고했다.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조직 개편의 당면 과제는 근본적 제품 경쟁력에서 경쟁사보다 앞서는 것"이라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빠른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직을 바꾸고 자원 투입 우선 순위도 이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센서스 미팅 내달 초로 연기

LG전자는 당초 이달 하순으로 예정했던 CM을 다음 달 초로 미뤘다. CM은 구본무 LG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내년 사업계획과 조직 개편을 확정하는 자리다. 구 부회장은 10월1일 취임한 뒤 이달 초까지 본부별 보고를 받는 등 내부 파악에 주력해 왔다. 이 때문에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전략을 마련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CM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MC사업본부를 예상보다 빨리 개편한 것과 달리 TV,가전,에어컨,비즈니스솔루션 사업본부 등의 조직 개편 논의가 길어지면서 중복 역할을 통폐합하는 등 보다 큰 차원의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E사업본부의 TV 사업과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의 모니터,공공 디스플레이 사업 등을 통합하거나 기존 에어컨사업본부에 속한 태양광,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공조 등 신수종 사업을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외 법인에서 들어온 인력 가운데 아직 새 업무를 배정받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다. 마케팅,외국 임원들이 맡던 C레벨,본사 스태프 조직 등 축소가 거론되는 분야의 인력들은 조직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