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반환될 도서 목록에 포함
1965년 백린 서울대 중앙도서관 열람과장은 규장각 도서를 정리하던 중 1911년에 작성된 조선총독부 취조국 문서철을 발견했다. 이 문서철에는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규장각 도서 1000여권을 반출해간 목록과 이를 보관하고 있던 궁내부 대신 와타나베가 당시 조선총독 데라우치에게 보낸 공문이 포함돼 있었다.
와타나베는 공문에서 "이토가 한 · 일 관계사항 조사 목적으로 가져온 서적을 '궁내성 도서료'에 보관하고 있다"며 이 책들을 모두 궁내성으로 양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선총독부 취조국은 1911년 5월24일자 공문에서 "이토가 반출해 간 규장각 도서 77종 1028책 중 24종 200책은 양도할 수 있으나 나머지 53종 828책은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규장각이 소장한 취조국 문서에 이들 도서를 돌려받았다는 공문은 없다.
이토가 반출한 규장각 도서가 이 땅을 떠난 지 100여년 만에 돌아온다. 일본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4일 반환에 합의한 일제강점기 반출 도서 150종 1205책에는 이토가 조선통감을 지낸 1906~1909년 반출해 간 규장각 도서 66종 938책이 포함돼 있다. 이토가 일본으로 가져간 도서는 규장각본 33종 563책과 조선통감부가 수집한 채수본(采收本) 44종 465책이다. 이 가운데 11종 90책은 1965년 '한 · 일 문화재협정'에 따라 반환됐고 이번에 나머지 도서를 모두 돌려받게 된 것이다.
이토가 반출한 책은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 학자,정치가,문필가,충신 등 인물에 관한 기록과 문집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치원의 '계원필경'을 비롯해 '퇴계언행록' '이충무공전서' '동문선' '송자대전' '우암록'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중 '무신사적(戊申事績 · 1책)'과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 · 1책)' '갑오군정실기(甲午軍政實記 · 10책)' 등 6종 28책은 국내에도 없는 유일본이다. 또 '영남인물고(嶺南人物考 · 7책)'와 '여사제강(麗史提綱 · 14책)' '동문고략(同文考略 · 35책)' 등 7종 180책은 국내에 있는 도서와 판본이 다르거나 국내에 일부만 있어 이번 도서 반환으로 유일본으로 전질(全帙)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조선왕조의궤 81종 167책,'증보문헌비고' 2종 99책,'대전회통' 1종 1책 등이 함께 돌아온다. 그러나 최근 반환 여부가 주목됐던 '제실도서'와 '경연도서'는 우리 측 전문가들이 확인한 결과,'일본 총리의 담화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제실도서'의 경우 장서인(藏書印)을 비교한 결과 모두 일본 궁내청이 날인한 장서인으로 확인됐다. 일본 궁내청은 1903년부터,한국은 1909년부터 '제실도서지장인'을 장서인으로 사용했다. '경연도서'는 일본 측이 날인한 장서인을 확인한 결과 1891년 이전부터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도서로 확인됐다.
반환 도서 중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총독부가 1922년 5월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80종 163책과 일본 궁내청이 구입한 1종 4책(진찬의궤) 등 81종 167책이다.
또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중 1종 51책은 1911년 8월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것이고 나머지 1종 48책은 '조선총독부 기증' 첨지가 있어 반환 대상에 포함됐다. '대전회통'(1종 1책)은 '조선총독부 도서'라는 장서인이 날인돼 있어 돌려받게 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