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개 극장에서 2주간 상영된 영화 '잇츠 리얼'(사진).이 작품은 서울 악스코리아에서 펼쳐진 가수 휘성의 콘서트를 3D 영상으로 촬영한 것이다. SK텔레콤의 새로운 사업인 '라이브 인 3D'의 첫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극장 안은 콘서트 현장 같았다. 스크린 속의 휘성이 "다 같이 소리 질러"를 외치자 3D 안경을 낀 관객들은 함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이처럼 무대 밖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늘고 있다. 대중 가수 콘서트와 오케스트라 연주회,오페라 공연 등을 극장이나 실시간 인터넷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맛볼 수 있다.

3D 영상으로 즐기는 오페라·콘서트…무대 변신은 자유

◆극장에서 즐기는 3D 콘서트

공연의 탈(脫)무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대중음악이다. 대중 가수들이 잇따라 극장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잇츠 리얼'에 이어 내달 2일에는 2AM의 콘서트 영상이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지난달 2AM의 첫 정규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 공연을 3D촬영 전문업체 페뷸러스가 제작한 것.

'라이브 인 3D'를 이끌고 있는 김흥수 SK텔레콤 3D공연사업 태스크포스 팀장은 "첫번째 작품인 '잇츠 리얼'은 제작비 10억원에 매출을 4000만원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파일럿(견본) 작품으로서 의미가 컸다"며 "2AM의 3D영상물은 3D 요소를 보강해 더욱 화끈한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D 콘서트의 극장 상영은 공연계의 수익 다변화 요구와 극장계의 콘텐츠 확보 수요가 맞물린 것으로 관련 콘텐츠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브 인 3D'는 3D 콘텐츠를 극장뿐만 아니라 3D TV용으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동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인기 있는 국내 가수들의 공연을 3D 영상물로 제작하고 세계적인 록 밴드 3D 영상물 수입과 해외 인기 뮤지컬 공연 3D 제작도 추진 중이다.

극장 체인인 씨너스는 지난해부터 해외 대중 가수의 공연 실황을 스크린으로 즐기는 '앳 나인 시네 라이브(AT 9 CINE LIVE)'를 진행하고 있다. 3D는 아니지만 대형 스크린과 고급 음향 시스템으로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상영작은 록그룹 퀸의 1981년 공연 실황을 담은 '퀸 록 몬트리올 시네 사운드 버전'으로 개봉 한 달 만에 1만명을 동원했다. 지난 7월에 개봉한 두번째 작품 '제프 벡 라이브 앳 로니 스콧 시네 사운드 버전'도 마니아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클래식 공연도 다양한 플랫폼으로

국립오페라단은 3D로 촬영한 오페라를 내달 TV(쿡TV)로 방영한다. 지난달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폐막작으로 공연된 창작 오페라 '아랑'을 3D로 촬영한 것.내달부터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에서도 '마술피리'를 상영한다.

극장 체인 메가박스는 지난해 9월부터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의 최신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서울 코엑스 M관에서는 1년여 동안 11개 작품을 선보였다. '투란도트'와 '카르멘'의 관객 점유율은 85%를 넘었다.

해외에서는 클래식 공연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찾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08년 말부터 '디지털 콘서트홀(www.digitalconcerthall.com)'이라는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싼 관람료에다 입장권 신청을 해도 8년 이상 기다려야 볼 수 있는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바그너 오페라 축제)도 2008년 처음으로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 징어'를 대형 스크린으로 무료 생중계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한정된 무대가 아닌 여러 매체로 관객을 찾는 것은 클래식 공연 단체로서도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라며 "새로운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스크린 · 인터넷 등으로 작품을 접한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