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실증단지는 스마트 그린홈 · 빌딩,전기차 충전소 등 스마트그리드 주요 분야를 모두 포함한 세계 첫 '올인원' 실증단지다.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KSGA) 회장)

"한국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발전은 놀랍다. 정부의 강한 추진력,협회의 리더십,한국전력의 기술력,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한국은 더 이상 후발 주자가 아니라 선도국에 진입했다. "(귀도 바텔스 세계스마트그리드연합회(GSGF) 회장)

구자균 회장(LS산전 부회장)과 귀도 바텔스 회장(IBM 에너지 · 유틸리티 글로벌 대표)이 G20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9일 제주 성산읍 휘닉스아일랜드에서 열린 코리아스마트그리드위크(KSGW) 개회식 전 대담을 가졌다. 구 회장은 현재 GSGF 부회장을 맡고 있고,2년 뒤 바텔스 회장의 후임으로 내정돼 있는 등 두 사람은 세계 스마트그리드 업계의 대표적 인물들이다.

'세계 스마트그리드의 기회와 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대담에서 두 사람은 제주 실증단지로 대표되는 한국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발전에 공감을 표하고,GSGF의 역할 확대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대담은 KSGW의 미디어파트너인 한국경제신문 주관으로 마련됐다.

▼바텔스 회장=스마트그리드는 보다 건강하고 부유한 지구를 만드는 생명선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초점을 맞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전력망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산업은 전력발전이고,그 다음이 교통이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도입되면 교통 부문이 전력화된다. 이것은 큰 기회다. KSGA의 회원사들을 보면 통신사,자동차 제조사,가전업체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산업에 ICT(정보통신기술) 등의 첨단기술을 더하는 것이다. ICT 부문만 하더라도 한 해 5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구 회장=저탄소 녹색성장이 전 세계의 주요 화두가 되면서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세계 각국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사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사업환경을 완전히 뒤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만큼 관련 산업 분야에서 많은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자동차는 엔진과 변속기,연료탱크 등으로 구성됐지만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전기차는 모터와 인버터,배터리로 구성된다. 이는 전통적으로 기계 산업의 범주에 있던 자동차 산업이 전기 산업과 융합된다는 의미로,관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얼마 전 LS산전이 미국 GM의 협력업체로 선정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다. 전기차에선 전력산업을 수십년 한 LS산전이 오랜 시간 자동차를 연구한 GM보다 낫다는 것이다.

▼구 회장=우리는 다양한 사업 기회와 더불어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의 촉진을 위해서는 시장 창출이 우선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스마트그리드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의 수요와 이에 따른 만족도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충분한 편익을 제공받아야 관련 사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 제주의 택시기사마저도 실증단지는 모두 한전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다. 전기라면 무조건 한전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마트그리드의 기능,효과 등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바텔스 회장=구 부회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스마트그리드가 만드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모습은 우리의 생각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포드가 미국에서 출시한 전기차의 소프트웨어 코드 수는 1000만개로 보잉747의 800만개를 웃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선도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래서 의미를 갖는다.

스마트그리드가 확산될수록 에너지 기업들의 매출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에너지 기업들이 스마트그리드에 투자하도록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전력은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분야였다.

▼바텔스 회장=GSGF는 스마트그리드의 G7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 맞춰 GSGF도 G20으로 확장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GSGF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들은 스마트그리드를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해당 국가의 상황에 맞게 적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정부와 업계가 소통하기 위해선 KSGA,GSGF 등이 전력망(elctricity value chain) 전체를 대변하는 단체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 GSGF의 설립이나 각국 협회 간 양해각서(MOU) 체결 등의 협력 확대는 글로벌 협력이란 관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구 회장=스마트그리드는 사업 특성상 국가 전반에 걸친 전력인프라를 개선시키는 활동이므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전개 확산에 많은 제약이 있다. GSGF는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확산에 필요한 정책들을 조기에 수립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 및 소비자를 대표해 그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 GSGF가 전 세계 스마트그리드 확산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표준과 관련된 사항이다. 표준 제정은 어느 한 국가,한 기업만이 나서서는 안 된다. GSGF는 국제 표준화 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활발한 표준화 활동을 실행할 것이다.

▼구 회장=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세계 최대 · 최첨단 수준의 스마트그리드 단지 구현을 목표로 스마트 그린홈 · 빌딩,전기차 충전소 등 스마트그리드 주요 분야를 모두 포함한 세계 첫 '올인원' 실증단지다. LS산전은 전력 저장장치,디지털 변전소 등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했는데,미래 스마트 시티의 압축판이 구현된 듯했다.

제주도는 강한 바람과 풍부한 일조량을 가지고 있는 지역적 특성상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정부의 2395억원 규모 재정적 지원 및 업계와 학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기술적 · 이론적 뒷받침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텔스 회장=제주는 아름다움만으로 다른 실증단지와 차별화된다. 2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는 전 세계 최대 규모다. 또 10개의 컨소시엄과 17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다양성도 돋보인다. 사업적인 중요성뿐 아니라 주요 기관 및 기업체 등 전국적인 산업생태계와 제주 실증단지가 결합됐고,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국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이 원자력발전 산업에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리더십을 확보한 것처럼 스마트그리드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이제 한국은 전 세계로 눈을 돌려 다른 국가들이 따를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의 리더가 돼야 할 것이다.

제주=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

◆스마트그리드

smart grid.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켜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교환을 할 수 있도록 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상용화하면 소비자들은 각 가정 내 설치된 별도 단말기나 디지털가전을 통해 시간대별 전기 사용요금과 사용량 정보를 체크,전기요금이 가장 싼 시간대에 전기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시간대별 요금 차이로 전력 사용이 분산되면 전력 송 · 배전 시설이나 추가 발전소 건설 등 시설 투자비가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