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기관들이 중소기업 대신 은행에 갚아줘야 할 돈이 내년에는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중소기업 대출금에 대한 상환이 본격화되면서 보증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 상환 압박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 기술보증기금(기보) 신용보증기금(신보) 등의 대위변제 금액은 3조7000억원 선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 거품 붕괴와 카드대란,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채권(CBO) 상환 등으로 보증기관들이 휘청거렸던 2004년의 3조55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대위변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신보의 대위변제 금액이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보는 1조원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16개 지역신보가 대신 갚아야 할 금액은 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대위변제 금액이 증가한 것은 보증금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보의 경우 2008년 28조원 수준이었던 보증금액이 지난해 30조3000억원,올해는 39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당시 중소기업 보증 규정을 완화해 대출 문턱을 크게 낮추고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위한 프라이머리 CBO도 2008년 부활시켰다. 프라이머리 CBO는 3년 만기여서 내년부터 상환이 시작된다.

지역신보의 보증잔액도 2008년까지 5조~6조원 수준에 머물다가 지난해 두 배 수준인 11조2000억원까지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역신보가 저신용자에 대한 특례보증에 나섰기 때문이다. 저신용자의 특성상 보증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중기청의 설명이다. 보증사고가 나면 각 지역신보들이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기금을 통해 절반가량 을 갚고 나머지는 지역신보중앙회가 정부 출연 기금으로 갚는다. 정부는 지난해 2600억원을 투입했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보고 내년에 추가 예산을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놓은 각종 지원 정책을 거둬들이면서 보증사고율이 오르는 추세다. 신보는 지난 3월 4.1%였던 사고율이 지난달 4.6%까지 상승했고,기보도 지난해 말 4.3%에서 지난달 4.9%로 올랐다. 중기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2.3%였던 지역신보의 보증사고율이 9월엔 3.2%로 증가했다"며 "상환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증기관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만큼 개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받는 상환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환을 못하는 기업들은 보증기간을 연장받을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추가 보증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