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턴우즈 체제로 1945년 출범한 국제통화기금(IMF)이 65년 만에 대수술을 단행했다.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투표권을 행사한 유럽의 영향력이 축소됐고 중국 브라질 등 신흥 · 개도국들의 투표권이 대폭 상향 조정됐다. 한국도 경제력에 걸맞게 투표권 순위가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IMF 지배구조 개편을 세계 금융권력의 지도가 바뀌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IMF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어 187개 회원국들의 쿼터(지분율 또는 투표권)를 조정하는 세부 개혁 방안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주요 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논의한 IMF 개혁안을 바탕으로 회원국 쿼터 조정을 구체화한 것이다. IMF가 이날 보도자료에서 "IMF 역사상 가장 근본적으로 지배구조에 손질을 가한 역사적인 합의"라고 표현할 만큼 지난 65년간의 권력지형 변화를 반영했다.

개혁 방안의 골자는 '유럽 선진국의 몰락과 중국 등 신흥 · 개도국의 부상'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의 현재 IMF 쿼터는 23.99%로 단일 1위국인 미국(17.67%)보다 6.32%포인트 많다. 사실상 최다 보유국이다.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개혁안에서는 독일의 쿼터를 0.52%포인트 낮췄고 영국 프랑스도 0.28%포인트씩 줄였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의 순위도 한 계단씩 하락했다.

반면 신흥 · 개도국의 쿼터는 일제히 증가했다. 브릭스(BRICs) 국가의 쿼터가 대폭 늘어났고 순위도 10위권에 모두 진입했다. 중국은 쿼터 조정의 최대 수혜국으로 종전 4.0%에서 6.39%로 늘어 순위가 종전 6위에서 미국 일본에 이은 3위로 껑충 뛰었다. 브라질의 쿼터도 0.53%포인트 상향 조정돼 14위에서 10위로 올라섰다. 러시아와 인도도 각각 10위,11위에서 9위,8위로 조정됐다.

한국도 IMF 쿼터 개혁의 수혜자다. 쿼터는 1.41%에서 1.80%로 0.39%포인트 늘었다. 쿼터 비중 증가 규모는 중국 브라질에 이어 3위다. 순위도 18위에서 16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단일 국가로 최다 투표권을 가진 미국의 지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은 실질적인 거부권 지분인 15% 이상을 유지해 IMF 내에 최대 영향력 국가로 계속 남게 됐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