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의 감산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5일 IT주가 일제히 반등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전자 업종에서 '팔자'를 외쳐온 기관의 태도 변화가 지속될지 주목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업황이 호전되기 전에는 기존의 보수적인 시각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 동안 크게 축소해놨던 IT 비중을 다시 채울 만한 계기는 될 것이라고 봤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을 넘으며 오름세를 지속하는 와중에도 국내 증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IT주들은 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들은 D램 수요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에 10월 말 이후 우햐향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엘피다가 월 6만장 웨이퍼 수준의 감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분위기 반전이 기대되고 있다.

전날 저가매수세에 반등에 나섰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이날도 큰 폭의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5일 오전 10시 18분 현재 삼성전자는 2.49% 오른 78만2000원을 기록중이며, 하이닉스도 3.92% 오르며 2만3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까지 8거래일 연속으로 9000억원 어치를 전기전자 업종에서 팔았던 기관도 최근 이틀간은 '사자'로 돌아섰다. 이날도 279억원 순매수중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엘피다의 감산 소식에 대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만한 호재라고 평가했다. 다만 적극적인 비중확대에 나서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류재천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업황이 아직 부진하기 때문에 기존 전망을 바꿀 정도의 호재는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D램 가격이 1달러대까지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이제는 1.5달러 전후로 멈출 수 있겠다고 기대되고 있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그 동안 IT 비중을 많이 줄였던 기관들이 이번 호재를 계기로 다시 채워넣을 수는 있다고 본다"며 "최근 펀드로 돈이 유입됐는데 다른 업종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오르지 못했던 IT와 은행에 순환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감산이 좋은 뉴스이긴 하나 규모 자체가 큰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며 "반도체 비수기 진입으로 가격이 추가 하락할 걸로 보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아직 추세적 상승으로 들어가긴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업황 바닥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며, 주가도 바닥 확인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펀드매니저는 "그 동안 IT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되면서 기관들이 많이 비워놓았었는데 단기적으로 기관의 수급 방향을 바꾸기에는 긍정적인 이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