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역사에 있는 AK플라자 수원점 2층 영캐주얼존 한복판에 일본 제조직매형(SPA)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지난달 말 문을 열었다. 매장 면적은 660㎡(200평) 규모로 수원점에 입점한 패션매장 중에서 가장 크다. 권양대 AK플라자 영캐주얼 팀장은 "수원역을 통해 통학하는 대학생 등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유치했다"고 말했다.

서울역사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콩코스점에는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 매장이 6개월간의 공사를 끝내고 지난 9월 개점했다. 2~3층 복층 구조로 국내 자라 입점 매장 중 최대 면적(1320㎡)이다.

백화점에 SPA 브랜드가 들어가는 '데파쿠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백화점'과 '유니클로'의 일본식 발음의 합성어인 데파쿠로는 일본 유통시장의 최대 키워드로 떠오른 신조어다. 일본 백화점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두점과 쇼핑몰 중심으로 운영되던 SPA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입점시킨 데서 나온 말이다.

국내에서도 올 들어 해외 SPA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이 늘고 있다. 유니클로가 올해 롯데 건대스타시티 · 구리 · 청량리 · 광복점,현대 천호 · 킨텍스점,AK플라자 수원점 등에 둥지를 틀었다.

자라는 롯데 부산본점 · 광복점 · 청량리점 · 중동점,갤러리아 콩코스점,스페인 망고는 롯데 광복점,AK플라자 분당점 등에 각각 매장을 새로 열었다. 올해 국내에 진출한 스웨덴 H&M도 신세계 인천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입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백화점과 SPA 매장은 궁합이 맞지 않는 업태다. SPA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상품 수가 많아 기존 백화점 패션매장보다 최소 5배가 넘는 330㎡(100평) 이상의 넓은 공간이 필요한 데다 저가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임대수수료도 기존 패션브랜드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수익성 면에서 백화점에 불리하다.

수년째 극심한 불황을 겪는 일본 백화점과는 달리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백화점들이 SPA 브랜드를 앞다퉈 입점시키는 것은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백인수 롯데 유통전략연구소장은 "일본 백화점은 SPA를 외면하다 젊은 고객을 가두점이나 쇼핑몰에 내주며 노쇠했다"며 "한국에선 이제 성장단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SPA를 백화점들이 점포 안으로 수용해 패션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을 붙잡아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려는 SPA로서도 전국 주요 상권의 목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백화점 입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내 백화점들의 점포 대형화 추세도 SPA 입점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상원 롯데백화점 영패션MD(상품기획)팀 과장은 "복합쇼핑몰 형태로 개점하는 신규 점포와 증축을 통해 매장면적을 늘리는 리뉴얼 점포들은 기존 상품 구색을 유지하면서도 SPA를 수용할 공간이 있다"며 "SPA 브랜드 수요를 국내에선 상당 부분 백화점들이 흡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데파쿠로

백화점의 일본어인 '데파토'와 저가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의 일본식 발음인 '유니쿠로'의 합성어.지난 4월 도쿄 중심부에 있는 다카시마야 신주쿠점과 가와구치점이 유니클로를,마쓰자카야 긴자점이 포에버21을 각각 입점시키면서 올해 일본 유통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