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필리핀 등 동남아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 반해 베트남 증시는 조정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일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베트남 비나지수는 지난달 말 451.07에 마감,3개월째 420~460 사이에서 맴돌고 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12.46% 하락했다. 인근 스리랑카 증시가 작년 말 대비 91.81% 올랐고 필리핀(42.05%) 인도네시아(41.16%) 말레이시아(18.02%) 인도(14.09%) 등도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높은 인플레이션 부담과 지속적인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베트남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범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중금리가 연 12%대로 높아 채권,예금에 비해 주식투자 매력이 낮은 편"이라며 "주식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증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베트남펀드 투자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2006년 6월 국내 최초 베트남펀드인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1'에 가입한 투자자는 21.2%(10월29일 기준)의 손실을 본 채 만기를 7개월 앞두고 있다. 이 펀드를 시작으로 베트남펀드는 2007년까지 1조원 이상 자금을 끌어모았다. 다른 베트남펀드들도 10% 이상 손실을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7년처럼 비나지수가 1000선 돌파를 기대하긴 힘들지만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워낙 낮은 상태여서 일단 650선까지 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2007년 과열 국면을 제외하면 베트남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 13~14배에서 움직였다"며 "현재 PER은 10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상장사들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예전의 절반인 10%대에 머문다 하더라도 과거 평균 수준의 PER을 적용할 경우 65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