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 (1) 은퇴 후 부부 최저 생계에만 2억…10명 중 3명은 '無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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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長壽리스크에 대비하라
고령화 속도 세계서 가장 빠른데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35% 불과
퇴직연금 활성화 안돼 GDP대비 비중 3%에 그쳐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쳐
고령화 속도 세계서 가장 빠른데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35% 불과
퇴직연금 활성화 안돼 GDP대비 비중 3%에 그쳐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쳐
서울 상계동에 사는 L씨(62)는 2006년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뒤 계속 적자 인생이다. 2002년 4월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은 2억원을 주식투자로 날려,정작 정년 때 손에 쥔 퇴직금은 7000만원이 전부였다. 아파트를 125㎡(3억9000만원)에서 82㎡(2억1000만원)로 줄이고 남은 차액으로 음식점을 냈지만 장사가 안 돼 1억원 이상 손해보고 정리했다.
L씨의 재산은 이제 아파트와 현금 1억5000만원이 전부다. 부인과 대학생 아들 등 세 식구 생활비(교육비 포함)로 월 200만원 넘게 든다. 반면 수입은 국민연금 100만원과 저축은행 예금이자 45만원이 전부다. 이씨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시니어클럽에서 일거리를 알선해 줘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며 "일자리마저 없다면 오래 사는 것이 고난으로 바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준비 안 된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은퇴 후 삶이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은퇴자들이 속속 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은퇴 전 소득을 기준으로 3분의 1 수준(소득대체율 35%)밖에 안 된다. 노후소득을 보장해 장수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부족분을 메울 퇴직연금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오래 사는 게 불행?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장수리스크는 0.87로 미국(0.37) 일본(0.35) 영국(0.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령층일수록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장수리스크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지난 40년간 한국은 터키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수명이 늘어난 국가"라며 "반대로 직장을 그만두는 시기는 점점 빨라져 오래 사는 데 따른 위험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은퇴 전 소득 대비 은퇴 후 각종 연금소득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 한국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56.0%로 추정된다"며 "미국의 78.8%는 물론 한국의 적정 소득대체율(2008년 기준)인 65%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월 200만원 버는 사람이 은퇴 후 130만원 정도는 있어야 생활하는데 각종 연금으로는 112만원밖에 안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3명은 장수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나머지 노후를 준비 중인 국민의 절반은 국민연금이나 예 · 적금에 의존하고 있어 노후소득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은 "은퇴 후 자장면만 먹고 사는 데도 2억원이 든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는 부부(2인 가족)가 최저생계비로 20년간 생활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손 실장은 "보유 부동산을 줄이거나 정리하지 않는 한 많은 국민들이 노후자금 부족으로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활성화 시급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 시장(적립금) 규모는 작년 말 14조원을 넘었고 지난 9월 말에는 20조30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에 비춰 볼 때 올 연말 적립금 규모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제도 도입 이전 여러 연구소들이 추정한 올해 퇴직연금 예상 규모(45조~69조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손 실장은 "기업 담당자들을 조사해 보니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 부족,도입에 따른 혜택 미비 등이 도입을 꺼리는 주된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퇴직연금 비중도 한국은 3%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호주 홍콩은 GDP 대비 100%를 넘었고,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도 76%에 달한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국가이면서 국민 노후준비는 가장 취약하다는 얘기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악화 우려로 사적 연금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국가와 기업,개인이 모두 노후준비가 미흡한 현실을 인식하고 퇴직연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L씨의 재산은 이제 아파트와 현금 1억5000만원이 전부다. 부인과 대학생 아들 등 세 식구 생활비(교육비 포함)로 월 200만원 넘게 든다. 반면 수입은 국민연금 100만원과 저축은행 예금이자 45만원이 전부다. 이씨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시니어클럽에서 일거리를 알선해 줘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며 "일자리마저 없다면 오래 사는 것이 고난으로 바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준비 안 된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은퇴 후 삶이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은퇴자들이 속속 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은퇴 전 소득을 기준으로 3분의 1 수준(소득대체율 35%)밖에 안 된다. 노후소득을 보장해 장수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부족분을 메울 퇴직연금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오래 사는 게 불행?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장수리스크는 0.87로 미국(0.37) 일본(0.35) 영국(0.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령층일수록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장수리스크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지난 40년간 한국은 터키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수명이 늘어난 국가"라며 "반대로 직장을 그만두는 시기는 점점 빨라져 오래 사는 데 따른 위험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은퇴 전 소득 대비 은퇴 후 각종 연금소득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 한국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56.0%로 추정된다"며 "미국의 78.8%는 물론 한국의 적정 소득대체율(2008년 기준)인 65%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월 200만원 버는 사람이 은퇴 후 130만원 정도는 있어야 생활하는데 각종 연금으로는 112만원밖에 안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3명은 장수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나머지 노후를 준비 중인 국민의 절반은 국민연금이나 예 · 적금에 의존하고 있어 노후소득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은 "은퇴 후 자장면만 먹고 사는 데도 2억원이 든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는 부부(2인 가족)가 최저생계비로 20년간 생활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손 실장은 "보유 부동산을 줄이거나 정리하지 않는 한 많은 국민들이 노후자금 부족으로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활성화 시급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 시장(적립금) 규모는 작년 말 14조원을 넘었고 지난 9월 말에는 20조30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에 비춰 볼 때 올 연말 적립금 규모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제도 도입 이전 여러 연구소들이 추정한 올해 퇴직연금 예상 규모(45조~69조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손 실장은 "기업 담당자들을 조사해 보니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 부족,도입에 따른 혜택 미비 등이 도입을 꺼리는 주된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퇴직연금 비중도 한국은 3%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호주 홍콩은 GDP 대비 100%를 넘었고,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도 76%에 달한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국가이면서 국민 노후준비는 가장 취약하다는 얘기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악화 우려로 사적 연금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국가와 기업,개인이 모두 노후준비가 미흡한 현실을 인식하고 퇴직연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