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의 동일드방레 사장실에서는 최근 프랑스 드방레의 호세 루이스 두란 사장을 비롯한 본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선효 사장의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프랑스 캐주얼 '라코스테'의 성공요인을 설명해달라는 두란 사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이 연평균 30%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악어' 로고로 상징되는 라코스테는 지난 5월 월 매출 150억원을 올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122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토종 빈폴과 미국 폴로에 이어 라코스테가 국내 캐주얼 시장에서 헤지스 타미힐피거 등을 제치고 '빅3'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 사장은 "국내에도 캐주얼 문화가 정착됐을 뿐 아니라 예전에는 특정 상품이 뜨면 모든 브랜드들이 '카피'하는 데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은 고객들의 취향이 까다로워졌다"며 "대중적인 아메리칸 캐주얼 폴로와 달리 개성있는 젊은층을 겨냥한 '유러피언 캐주얼'로 차별화한 것이 매출증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패션에도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는데 '20 대 80'이 아닌 '30 대 70'(상위 고객 30%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10%가 전체 매출의 40%를,그 다음 10%는 20%,나머지 10%가 추가로 10%를 차지한다는 지적이다. 이 사장은 또 "빈폴이나 폴로보다 매장 규모는 작지만 효율적인 매장 디스플레이로 매장당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브랜드이지만 한국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 점도 적중했다. 그는 "원래 라코스테는 '여름 · 티셔츠 · 남자'가 강한 브랜드"라며 "국내에서 직접 디자인 생산하는 30%는 상대적으로 약한 '겨울 · 아우터(겉옷) · 여자' 브랜드를 보완했다"고 말했다. 패스트패션 부문도 강화해 올 여름 히트 상품이었던 레드 피케셔츠는 5000장을 모두 팔자마자 바로 3000장을 추가로 만들어 팔았다.

이 사장은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내년 봄에는 '라이브'로 국내 진시장에 진출하고,가을에는 잡화 액세서리 단독매장도 열 계획이다.

그는 1983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제일모직,신세계인터내셔널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동일드방레에 합류해 라코스테의 성공을 진두지휘했다. 한편 라코스테는 서광이라는 업체를 통해 골프복으로 운영되다가 서광이 부도나면서 2000년 합작회사인 동일드방레를 통해 2002년부터 '유러피안 캐주얼'로 자리잡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