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과 싸우는 법》 출간…아이리버 양덕준의 솔직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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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신화’, ‘레인콤 쇼크’ 등 대한민국 벤처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업, 아이리버 스토리를 담은 《거인과 싸우는 법》이 출간됐다. 《거인과 싸우는 법》은 세계적인 브랜드 ‘아이리버’를 만들기 위해 소니, 삼성, 애플 등 외부 거인에 대항했던 작은 거인의 끈질긴 싸움의 기록이다.
미국에 진출한 지 6개월 만에 미국시장 점유율 1위, 설립 4년 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70%, 세계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한 아이리버 신화는 전 세계 MP3플레이어의 역사가 되었다. 디자인 경영을 최초로 전자제품에 도입하는 혁신을 실천한 아이리버는 전 세계적으로 아이리버 마니아들을 끌어모았고, 그들은 스스로 아이리버 홍보대사가 됐다.
2003년 12월 19일, 창립 5년 만에 레인콤은 코스닥 첫 상장 10만 5200원이라는 기록적인 주가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양덕준 사장의 주식 평가액은 1638억 8582만원으로, 2004년 국내 재계 순위에서 다음 커뮤니케이션 이재용 대표보다 한 단계 높은 34위에 링크될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리버의 세계 제패 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순간의 꿈인 듯 허무하게 쓰러져갔다. 소니를 이기고 세계시장을 단숨에 석권해버린 레인콤을 무너뜨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 벤처에서 제2의 아이리버는 가능한 일일까?
기자 출신 저자 이기형은 창업자 양덕준 대표를 비롯한 창립멤버들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를 제패했던 성공과 애플과의 전쟁에서 참패했던 뼈아픈 실패,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양덕준 대표의 끝나지 않은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로벌 브랜드 ‘아이리버’를 만든 레인콤의 이야기는 삼성 임원직을 박차고 나온 양덕준 대표가 유능한 창립멤버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양덕준 대표가 창업을 하려고 결심한 뒤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바로 돈과 사람이었다. 그중 사람을 따르게 하는 탁월한 리더인 양 대표에게 더 급한 문제는 사업 자금 조달이었는데, 그마저도 양 대표는 홍콩 지사 당시의 인연이었던 메를린 첸과 AV컨셉의 소육관 회장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창업 초기에는 MP3 업체에 CD타입 MP3플레이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러스로직 사의 칩을 팔아 영업을 하려고 했으나, 어떤 업체도 생산해본 경험이 없다며 생산 지도까지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양덕준 대표는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아이리버 MP3플레이어의 탄생이었다.
레인콤은 창업 초기 삼성의 하청업체로서 누릴 수 있는 현금 거래를 끊었다. 대기업 삼성에 의지해서는 결코 독립적인 기업으로 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레인콤은 ‘아이리버’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키우겠다는 꿈이 있었다. 사업 초기부터 거대 기업과의 싸움을 전제로 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 세계 매장에 진입을 도왔던 소닉블루의 질 낮은 제품 생산도 거절했다. 그리고 레인콤은 1990년대 당시 삼성, LG, 대우 등의 대기업들이 직면해 있던 거대한 벽 소니를 뛰어넘어 세계시장을 석권해버렸다.
레인콤은 디자인경영을 전자제품에 최초로 도입한 기업으로도 평가받는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디자인은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후 소비자들은 예쁜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인콤은 만족하지 않았다. 넘쳐나는 디자인 속에서 아이리버 아이덴티티가 사라졌을 때, 이노디자인과 결별하며 한 번 더 새로운 혁신을 외쳤다.
아이리버 창립자 양덕준은 다른 중소기업의 CEO들과 생각을 달리했다. 게임의 규칙은 바뀐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보통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손을 잡고 눈앞의 현금을 택할 때, 그는 거인과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도전하고, 혁신하고, 정면승부를 걸었다. 결국 무모해보였던 1억 달러 목표 달성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2003년 성공적인 코스닥 진입과 함께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레인콤이 한순간에 추락한 것은 아이리버 신화를 자축할 즈음이었다. 평소 경쟁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던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하고 가파르게 추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인콤은 애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한다. 그러나 시장의 추는 애플에게 기울었다.
레인콤은 적이 아닌 내부의 거인에 의해 무너졌다는 자체 평가를 내린다. 애플이 잠식해오는 시장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심이 실패의 요인이자 한계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굴지의 벤처기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람을 우선으로 여겼던 양덕준 대표와 그를 믿고 따랐던 구성원들의 이야기들은 ‘누구와 일을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또 작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아이리버의 조직문화를 배운다.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 ‘아이팟’에 밀리게 된 배경에 등장하는 삼성전자의 이해관계, 시장에서 1위 업체 이외에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는, 애플이 만든 새로운 시장 질서의 탄생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거인과 싸우는 법》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비전을 가진 리더를 만나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든, 아이리버 신화의 성공과 실패를 살펴봄과 동시에, 누구든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 소개
이기형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1999년 10월 <머니투데이>로 옮겨 10년을 보냈다. 2010년 초 ‘온라인총괄부장겸 시장총괄데스크’라는 직책을 마지막으로, 15년의 행복했던 기자생활을 마감하며 《거인과 싸우는 법》을 썼다.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에 비해 항상 받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거인과 싸우는 법》을 쓰기 전, 양덕준 사장과는 개인적으로 전혀 친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동안 그는 아이리버 스토리는 물론 만날 때마다 무엇이든 더 주려고 했다. 그런 양덕준 사장을 보면서 저자 자신도 언젠가 멋진 선배가 될 날을 꿈꾸게 되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
미국에 진출한 지 6개월 만에 미국시장 점유율 1위, 설립 4년 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70%, 세계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한 아이리버 신화는 전 세계 MP3플레이어의 역사가 되었다. 디자인 경영을 최초로 전자제품에 도입하는 혁신을 실천한 아이리버는 전 세계적으로 아이리버 마니아들을 끌어모았고, 그들은 스스로 아이리버 홍보대사가 됐다.
2003년 12월 19일, 창립 5년 만에 레인콤은 코스닥 첫 상장 10만 5200원이라는 기록적인 주가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양덕준 사장의 주식 평가액은 1638억 8582만원으로, 2004년 국내 재계 순위에서 다음 커뮤니케이션 이재용 대표보다 한 단계 높은 34위에 링크될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리버의 세계 제패 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순간의 꿈인 듯 허무하게 쓰러져갔다. 소니를 이기고 세계시장을 단숨에 석권해버린 레인콤을 무너뜨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 벤처에서 제2의 아이리버는 가능한 일일까?
기자 출신 저자 이기형은 창업자 양덕준 대표를 비롯한 창립멤버들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를 제패했던 성공과 애플과의 전쟁에서 참패했던 뼈아픈 실패,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양덕준 대표의 끝나지 않은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로벌 브랜드 ‘아이리버’를 만든 레인콤의 이야기는 삼성 임원직을 박차고 나온 양덕준 대표가 유능한 창립멤버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양덕준 대표가 창업을 하려고 결심한 뒤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바로 돈과 사람이었다. 그중 사람을 따르게 하는 탁월한 리더인 양 대표에게 더 급한 문제는 사업 자금 조달이었는데, 그마저도 양 대표는 홍콩 지사 당시의 인연이었던 메를린 첸과 AV컨셉의 소육관 회장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창업 초기에는 MP3 업체에 CD타입 MP3플레이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러스로직 사의 칩을 팔아 영업을 하려고 했으나, 어떤 업체도 생산해본 경험이 없다며 생산 지도까지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양덕준 대표는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아이리버 MP3플레이어의 탄생이었다.
레인콤은 창업 초기 삼성의 하청업체로서 누릴 수 있는 현금 거래를 끊었다. 대기업 삼성에 의지해서는 결코 독립적인 기업으로 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레인콤은 ‘아이리버’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키우겠다는 꿈이 있었다. 사업 초기부터 거대 기업과의 싸움을 전제로 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 세계 매장에 진입을 도왔던 소닉블루의 질 낮은 제품 생산도 거절했다. 그리고 레인콤은 1990년대 당시 삼성, LG, 대우 등의 대기업들이 직면해 있던 거대한 벽 소니를 뛰어넘어 세계시장을 석권해버렸다.
레인콤은 디자인경영을 전자제품에 최초로 도입한 기업으로도 평가받는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디자인은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후 소비자들은 예쁜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인콤은 만족하지 않았다. 넘쳐나는 디자인 속에서 아이리버 아이덴티티가 사라졌을 때, 이노디자인과 결별하며 한 번 더 새로운 혁신을 외쳤다.
아이리버 창립자 양덕준은 다른 중소기업의 CEO들과 생각을 달리했다. 게임의 규칙은 바뀐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보통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손을 잡고 눈앞의 현금을 택할 때, 그는 거인과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도전하고, 혁신하고, 정면승부를 걸었다. 결국 무모해보였던 1억 달러 목표 달성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2003년 성공적인 코스닥 진입과 함께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레인콤이 한순간에 추락한 것은 아이리버 신화를 자축할 즈음이었다. 평소 경쟁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던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하고 가파르게 추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인콤은 애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한다. 그러나 시장의 추는 애플에게 기울었다.
레인콤은 적이 아닌 내부의 거인에 의해 무너졌다는 자체 평가를 내린다. 애플이 잠식해오는 시장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심이 실패의 요인이자 한계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굴지의 벤처기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람을 우선으로 여겼던 양덕준 대표와 그를 믿고 따랐던 구성원들의 이야기들은 ‘누구와 일을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또 작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아이리버의 조직문화를 배운다.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 ‘아이팟’에 밀리게 된 배경에 등장하는 삼성전자의 이해관계, 시장에서 1위 업체 이외에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는, 애플이 만든 새로운 시장 질서의 탄생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거인과 싸우는 법》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비전을 가진 리더를 만나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든, 아이리버 신화의 성공과 실패를 살펴봄과 동시에, 누구든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 소개
이기형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1999년 10월 <머니투데이>로 옮겨 10년을 보냈다. 2010년 초 ‘온라인총괄부장겸 시장총괄데스크’라는 직책을 마지막으로, 15년의 행복했던 기자생활을 마감하며 《거인과 싸우는 법》을 썼다.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에 비해 항상 받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거인과 싸우는 법》을 쓰기 전, 양덕준 사장과는 개인적으로 전혀 친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동안 그는 아이리버 스토리는 물론 만날 때마다 무엇이든 더 주려고 했다. 그런 양덕준 사장을 보면서 저자 자신도 언젠가 멋진 선배가 될 날을 꿈꾸게 되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