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얼굴로 감정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려웠죠"
경찰과 검찰이 스폰서와 얽혀 추악한 거래를 하는 범죄영화 '부당거래'(감독 류승완)가 28일 개봉된다.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한 사건들과 닮은 내용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황정민(40)은 여기서 경찰 최철기 역을 맡아 검사 역의 류승범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연쇄살인 사건을 서둘러 종결짓기 위해 '가짜 범인'을 만들고 '스폰서' 검사와도 뒷거래를 한다. 이런 행동을 주어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배역의 묘미다. 27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황정민을 만났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영화 'LA컨피덴셜'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죠.우리 사회의 실상도 잘 반영했고요. 영화 '추격자' 이후 쏟아지는 유혈 스릴러도 아니고요. 한마디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

그는 흥행에 실패했던 전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달리 현실 밀착형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구르믈~'은 우리 정서를 담은 은유적 대사와 액션으로 꾸민 품격높은 작품이었지만 젊은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 그들이 애초 생각했던 틀에서 벗어나니까 '쓰레기'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게 참 어렵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선 최철기 역을 보다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강력반 형사들을 취재했습니다. 그들과 얘기하면서 직업별로 사람이 다르지 않다고 확신했어요. 개인 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요. 전작 '사생결단'에서 했던 형사 역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인물이었죠.최철기는 좌고우면하는 스타일입니다. 열악한 처우에 대해 '이게 회사야?'라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직장인이란 시각에서 바라보니 성격의 폭이 넓어지더군요. "

그는 최철기를 '속내를 잘 모를' 인물로 설정했다. 그러다보니 표정이 이른바 '포커 페이스'였다.

"표정 없는 얼굴로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해야 하니까 어려웠지요. '무표정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그는 남들이 보지 않는 전화부스 안에서 전화번호책을 갈갈이 찢으며 화를 표출한 뒤 밖으로 나와서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갑니다. "

최철기의 이런 성격은 실제 자신과는 정반대라고 했다. "저는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카드 패가 좋으면 얼굴 색깔이 변해요. '빨개지니까 좋은 패 들어왔구나'하고 상대방이 얘기할 정도지요. 하하."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를 가장 먼저 본다고 했다. 스토리가 재미있으면 인물들도 살아 숨쉬고 예뻐보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일단 작품을 선택하면 3개월간 목숨을 걸고 연기합니다. 이 작품은 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큰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찍고 나서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연기가 부족하다면 그건 제 그릇이 작은 탓이죠.다음 번에는 좀 더 큰 그릇을 빚겠다고 다짐하지요. "

차기작은 기자가 정부의 음모를 파헤치는 '모비딕'이란 영화다. 배역을 위해 2주일간 신문사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실습했다. 그는 "연평균 1.5편 정도 촬영한다"며 "끊임없이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집안에서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일하는 타입'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점점 큰 것을 바랍니다. '니가 알아서하면 안돼?'라고 종종 말하는데 그게 (제게는) 스트레스예요. 그건 잘 못하거든요. "

그는 최근 화제의 쇼프로그램 '슈퍼스타 K'를 시청하며 장재인을 응원했다. 자신의 음악을 보는 관점이 묘하고 특이해 새로운 음악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