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얼굴로 감정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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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나는 형사역 연기 위해 강력반 형사들 직접 취재
다음엔 음모 파헤치는 기자역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영화 'LA컨피덴셜'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죠.우리 사회의 실상도 잘 반영했고요. 영화 '추격자' 이후 쏟아지는 유혈 스릴러도 아니고요. 한마디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
그는 흥행에 실패했던 전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달리 현실 밀착형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구르믈~'은 우리 정서를 담은 은유적 대사와 액션으로 꾸민 품격높은 작품이었지만 젊은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 그들이 애초 생각했던 틀에서 벗어나니까 '쓰레기'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게 참 어렵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선 최철기 역을 보다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강력반 형사들을 취재했습니다. 그들과 얘기하면서 직업별로 사람이 다르지 않다고 확신했어요. 개인 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요. 전작 '사생결단'에서 했던 형사 역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인물이었죠.최철기는 좌고우면하는 스타일입니다. 열악한 처우에 대해 '이게 회사야?'라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직장인이란 시각에서 바라보니 성격의 폭이 넓어지더군요. "
그는 최철기를 '속내를 잘 모를' 인물로 설정했다. 그러다보니 표정이 이른바 '포커 페이스'였다.
"표정 없는 얼굴로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해야 하니까 어려웠지요. '무표정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그는 남들이 보지 않는 전화부스 안에서 전화번호책을 갈갈이 찢으며 화를 표출한 뒤 밖으로 나와서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갑니다. "
최철기의 이런 성격은 실제 자신과는 정반대라고 했다. "저는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카드 패가 좋으면 얼굴 색깔이 변해요. '빨개지니까 좋은 패 들어왔구나'하고 상대방이 얘기할 정도지요. 하하."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를 가장 먼저 본다고 했다. 스토리가 재미있으면 인물들도 살아 숨쉬고 예뻐보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일단 작품을 선택하면 3개월간 목숨을 걸고 연기합니다. 이 작품은 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큰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찍고 나서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연기가 부족하다면 그건 제 그릇이 작은 탓이죠.다음 번에는 좀 더 큰 그릇을 빚겠다고 다짐하지요. "
차기작은 기자가 정부의 음모를 파헤치는 '모비딕'이란 영화다. 배역을 위해 2주일간 신문사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실습했다. 그는 "연평균 1.5편 정도 촬영한다"며 "끊임없이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집안에서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일하는 타입'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점점 큰 것을 바랍니다. '니가 알아서하면 안돼?'라고 종종 말하는데 그게 (제게는) 스트레스예요. 그건 잘 못하거든요. "
그는 최근 화제의 쇼프로그램 '슈퍼스타 K'를 시청하며 장재인을 응원했다. 자신의 음악을 보는 관점이 묘하고 특이해 새로운 음악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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