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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하청업체인 B사 대표 윤 모씨(49)는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온갖 어려움을 뚫고 20여년간 경영해오던 회사인데 최근 운용 자금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먹여 살리려면 한 해 30억원의 공사는 수주해야 되지만 지난달까지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 회사는 기술 · 영업력이 탁월하고 동종업체 대비 수익성도 높다. 따라서 꾸준한 매출 신장을 달성하면서 외형상으론 남부러울 것 없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온 나라를 뒤흔든 건설시장 한파로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신규 공사 수주도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고 외상 결제도 모두 연기됐다.

금융권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대출을 일으키려 했던 윤 대표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10년 넘게 거래해왔던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대출이 더 이상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점이다.

소위 '우량기업'으로 꼽혔지만 은행은 "상황이 안 좋으니 좀 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 대표는 "정부가 수차례 돈을 푼다고 했는데 정작 어디서도 구경을 할 수 없다"며 "흑자부도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고 허공을 바라봤다.

우리나라 고용의 90% 안팎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지표상의 경기 호전은 많은 이들에게 남의 나라 이야기다. 주요 대기업들은 예상 밖의 높은 실적을 냈지만 그뿐이다. 온기는 아랫목에서만 돌 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냉골을 넘나든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이 경제계의 화두이지만 덧없는 구호로 느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올 들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투입한 돈은 지난달까지 3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조업 및 중소 건설업체들은 '돈 맛'을 본 지 오래다. 공사대금 받기가 힘들어지면서 주로 하청업체들인 전문건설업체의 부도율은 지난해보다 평균 70%나 높아졌다는 일부 분석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오랜 불황에 지친 중소기업들은 이제 '희망'의 자리에 '절망'과 '체념'을 채워 넣는 일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도 잘 나가는 중소기업은 분명히 있다. 총체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남과 다른 생각'과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절호의 기회를 최악의 타이밍에서 찾아낸다.

작지만 강한 기업들에 공통된 차이점이 있다면 아마도 한 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DNA를 바꾸고,그 속에서 성장하기 위해 더 많은 뇌세포를 가동한다는 점이다.

언제,어디서,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중소기업'들은 외부환경에 자비를 구하지 않는다. 배고픈 공룡이나 싸늘한 빙하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하고 오는 법. 현재의 위기국면을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해 미래를 일궈나가는 기업들이 있다.

자사만이 보유한 경영자원과 기술 · 능력,장래의 시장 니즈 등을 정밀하게 분석 · 융합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핵심역량이 있는 사업으로 다각화를 추진하기도 하고 필요할 경우 전혀 관계없는 분야로 인수 · 합병(M&A)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다만 미래 해당분야 고객과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공통적으로 '앞선 시각으로 핵심기술과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살 길'이라는 경영의 예외 없는 성공법칙을 알려준다.

미래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산업 현장의 '숨겨진 영웅'들,그들의 열정이 있기에 산업한국의 미래는 밝다. 우리나라 고용의 80% 이상을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는 것을 흔히 사람들은 간과한다. 우리가 강한 중기를 키워야 하고 일으켜 줘야 하는 당위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