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乳)가공 업황은 정체국면 속에서 성장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로 시장 규모는 정체된 상태지만,소득이 높아지고 웰빙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유제품 업체들은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과 업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 심화,외국사 진입

유가공 제품군은 부문마다 시장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우선 남양유업이 6월 말 기준 시장점유율 51%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분유 부문은 2008년 멜라민 파동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건 이후 원재료와 제조과정에 대한 안전성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남양유업은 분유공장에 최첨단 정화장치를 설치해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임페리얼''아이엠마더' 등 대표 제품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유시장에서는 매일유업 파스퇴르 일동후디스 등과 경쟁하고 있다.

발효유 부문은 '액티비아'를 생산하는 다논 등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업체마다 톱 모델을 광고에 기용하며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떠먹는 불가리스'를 출시하면서 배우 문근영을 모델로 기용했고,매일유업은 피겨스타 김연아와 재계약하는 등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이는 광고선전비 등의 지출 확대로 수익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유 부문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다만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면서 저지방 · 유기농 우유 등 프리미엄 시장은 소폭 성장하고 있다. 가공유 부문의 경우 업체들이 커피우유 제품을 세분화하고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이 난립하고 있어 여건이 녹록지 않다.

이에 비하면 차음료 시장은 아직 성숙되지 않은 단계여서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기업의 생수시장 진출,제약회사의 기능성 음료 출시 등이 잇따르며 시간이 지날수록 만만치 않은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다양하고 세분화된 제품군이 형성되면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17차'를 성공시키며 시장을 선점했지만 이후 눈에 띄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차음료 시장에서는 당분간 현재 매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각화 전략으로 대처

남양유업은 우유 발효유 분유 치즈 등 거의 모든 우유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유가공품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우유 · 발효유 · 분유시장에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고,2008년부터는 '드빈치'라는 브랜드로 치즈시장 점유율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유가공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는 것은 매출 다변화라는 취지도 있지만 원재료 수급의 특수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업종 특성상 젖소 사육두수,즉 유제품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생산의 탄력적인 조절이 어려운 반면 제품 수요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늘 일정한 수준의 원유가 공급되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남양유업도 이 같은 원재료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러 종류의 유가공 제품 생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가공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집유선과 제조설비,판매 네트워크,브랜드 인지도 확보 등도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신규 업체의 진입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다논뿐 아니라 파스퇴르를 인수한 롯데삼강 등이 진입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 · 미,한 ·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가진 글로벌 회사들의 국내 시장공략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유가공 회사들은 저지방,유기농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기능성 제품 출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커피믹스시장 진출,매일유업의 유아용품사업 시작 등 새로운 사업 진출이 업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부상했다.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여러 회사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향후 시장 판도에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