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업계 1위…히트제품 다양
1964년 설립된 남양유업은 1978년 증시에 상장됐다. 천안 공주 경주 나주에 공장이 있고 전국 17곳에 지점을 둔 우유업계 대표주자다. 분유와 시유(市乳 ·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발효유,치즈 등 유가공 제품과 음료 등을 생산 · 판매한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과 경쟁하고 있다. 분유류는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이 51%로 업계 선두다. 발효유 점유율은 34%,우유류는 23%,기타 음료는 4% 등이다.
1250여개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는 우유류는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품목이다. 발효유를 포함한 우유류 매출은 작년 기준 5892억원으로 매출 비중이 58.4%에 달한다. 분유류 매출 비중이 18.4%(1850억원),기타 음료가 23.2%(2342억원)다. '맛있는 우유 GT''불가리스''앳홈쥬스''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아이엠마더' 등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대표 제품이다.
이 같은 히트상품들은 기술력에서 비롯됐다.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에는 42명의 연구인력이 포진하고 있다. 국내 유아식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한국인정기구(KOLAS)의 시험기관 인증을 받았다. 1994년 등푸른 생선에서만 흡수가 가능한 천연 DHA를 함유한 '아인슈타인 우유'를 히트시킨 데 이어,2004년에는 일반 시유에 신공법을 적용해 잡맛을 없앤 '맛있는 우유 GT'를 개발했다.
또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과 함께 늘어나는 고급 유제품 수요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웰빙에 초점을 맞춘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초유의 믿음 아이엠마더' 등을 내놓으며 신제품 개발 능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대규모 현금 보유로 '절대적 저평가'
막대한 현금성 자산은 남양유업을 경쟁사들과 차별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3623억원에 이른다. 이 중 매도가능 증권(시장상황을 감안해 매매하는 증권)이 2509억원이며,절반 정도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50%는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금융공학펀드(RCF)로 운용한다. RCF는 ELS와 비슷하지만 기초자산 가치가 일정 부분 오를 때 매도하고,떨어질 때 매수해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성이 높은 금융상품이다.
이처럼 ELS와 RCF로 여유자금을 운용하다보니 코스피지수가 오르면 그만큼 수혜를 본다. 가치가 오른 매도가능 증권을 처분해 평가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이 6월 말 220.85에서 9월 말 242.95로 10% 상승해 같은 기간 남양유업도 비슷한 운용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올 연말 현금성 자산은 371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가치(EV)'를 '법인세 등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EV/EBITDA는 0.4배로 상장사 최저 수준이다. EV/EBITDA는 인수 · 합병(M&A)시 기업가치 측정수단으로 주로 쓰인다.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한다. 남양유업을 시장가격(EV)으로 인수했을 때 회사의 현금성 자산과 영업이익만으로 약 5개월(0.4년) 만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0.4배라는 수치도 환율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과 ELS 평가차익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추정한 것이다. 보유한 현금자산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절대적 저평가 상태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상장사의 EV/EBITDA는 평균 7~8배이며,1배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같은 저평가의 이유는 지금까지 기업설명회(IR)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주주와 장기 투자자의 보유지분이 55%에 달해 유통되는 주식이 적다는 점도 오랜 '은둔'의 원인이 됐다.
◆구조조정 · 설비투자로 수익성 개선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 경영으로 현금성 자산이 늘고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안정적인 선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높은 효율성은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감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종업원 수는 2004년 말 2861명에서 지난해 말 2340명으로 18% 줄었다. 설비자동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원가가 절감되고 수익률은 개선되고 있다. 2002년 충남 천안에 1000억원을 들여 자동화시설이 완비된 공장을 지었고,2008년에는 전남 나주 제5공장을 설립하는 데 1100억원을 들였다.
지난해 매출이 1조89억원에 달하지만 임원 수는 6명에 불과하다. 비슷한 규모(매출 8344억원)의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임원이 28명인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차이를 알 수 있다.
현금성 자산은 주로 생산설비 증설에 투입된다. 남양유업은 대규모 현금성 자산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옥이 없을 정도로 효율성을 중시한다.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감가상각 계산방법이 정률법에서 정액법으로 바뀌면 상각액이 줄어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
남양유업은 원화가치 상승의 수혜주이기도 하다. 매출원가의 30~40%가 수입 원재료 비용이기 때문에 원 ·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늘어난다. 중국 대만 카자흐스탄 등지로 제품을 수출하며 해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분유제품 수출은 2007년 60억원에서 지난해 17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매출은 1조713억원으로 6.2% 늘고,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68.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