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핵심소재의 하나인 음극재가 내년부터 국내에서 양산된다. 양극재,전해질,분리막에 이어 음극재까지 국내 생산되면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 모두 국산화에 성공하게 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최근 2차전지용 음극재 개발을 완료,내년부터 연간 1000~1500t 규모로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부터 대전연구소에서 음극재 개발에 나서 2년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4대 핵심소재가 전체 원가의 80%

2차전지는 방전시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양극재와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음극재,중간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해질,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시켜주는 분리막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4대 핵심부품소재의 원가는 전체 재료비 가운데 80%에 육박한다.

음극재는 4대 핵심소재 가운데에서 국산화가 가장 뒤쳐진 분야로 꼽힌다. 열처리 기술이 뛰어난 일본과 천연 흑연이 풍부한 중국 사이에서 국내기업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 탓에 국산화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양극재와 전해질의 국산화율은 각각 88%,82%에 달한다. 양극재 시장은 엘앤에프신소재 에코프로 등 중소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한화케미칼이 개발 작업을 진행중이다. 전해질은 중소기업인 욱성화학이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LG화학 등 배터리 업체도 일부 자체 조달하고 있다. 분리막은 SK에너지가 1998년 연구를 시작한 뒤 2004년 양산에 나서 현재 삼성SDI와 LG화학에 공급하고 있다.

정우석 지식경제부 사무관은 "전기자동차 확산을 위해선 배터리 소재 국산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조건"이라며 "과거 몇몇 소재업체들이 음극재 개발을 진행했지만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양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프트카본계로 국산화 성공

GS칼텍스가 개발에 성공한 음극재 제품은 1000℃ 수준에서 열처리를 통해 만든 소프트카본계로 알려졌다. 출력이 높아 휴대폰 등 IT(정보기술) 제품에 주로 쓰이는 흑연계보다 전기자동차용에 적합한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소프트카본은 빨리 충전되는 특성이 있는 데다 인조흑연에 비해 가격은 싸면서 천연흑연보다 안전성이 높아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의 소재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 개막을 앞두고 업체간 짝짓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극재가 국산화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배터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2012년 이후부턴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부터 배터리 업체들과 거래 관계를 맺고 납품을 성사시키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기존 업체를 밀어내고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소형 2차전지에선 음극재의 시장 규모가 양극재의 4분의1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았다"며 "중대형 배터리에선 구성 비중이 양극재의 절반까지 늘어나면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배터리업체에도 희소식

LG화학과 삼성SDI 등 전 세계 중 · 대형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도 음극재 국산화는 희소식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모델별로 다양한 요구를 해와도 소재 업체와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소재 업체인 GS칼텍스가 협력해 특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며 "일본 업체의 소재 독점구조가 깨지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입지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회진 한국전지연구조합 부국장은 "국내 기업들이 소재를 국산화함에 따라 배터리 개발도 더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관세 문제 등이 사라지며 가격 경쟁력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시장조사기관인 IIT 등에 따르면 2차전지 시장규모는 올해 123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716억달러로 늘어나며,이중 자동차용 배터리는 전체 시장의 절반인 3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


◆ 음극재(anode)

2차전지 충전 때 양극에서 나오는 리튬이온을 음극에서 받아들이는 소재로 흑연 등의 탄소 물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음극활물질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