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 업계에 인수 · 합병(M&A) 바람이 거세다. 프랑스 1위 제약회사인 사노피아벤티스가 미국 바이오 업계 최대 대어(大魚)로 꼽히는 젠자임을 인수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1위인 화이자가 진통제 분야 강자인 미국의 킹파마슈티컬즈를 최근 36억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그동안 매출 효자 노릇을 했던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달러 이상)' 의약품의 특허보호 기간이 속속 끝나면서 수익원 개발을 위한 '생존형' 기업사냥이 잇따르고 있다.

◆빅딜(big deal) 잇달아

25일 딜로직 등 M&A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1분기까지 9건(인수가 규모 2500만달러 이상)의 M&A가 있었다. 전체 인수규모는 95억달러.지난해에는 29건이 성사돼 총 1265억달러가 투입됐다. 48건이 성사된 2008년(511억달러)에 비해 거래 건수는 줄었으나 금액은 두 배 이상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M&A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를 추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곳은 대형 제약사들이다. 독점적 특허의약품 공급 등을 통해 축적한 자금력이 기반이다. 화이자는 지난 13일 미국 중견 제약업체인 킹파마슈티컬즈를 주당 14.25달러,총 36억달러(약 4조원)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시장가에 40%를 더 얹어준 가격이다. 킹파마슈티컬즈는 지난해 17억8000만달러(2조원)의 매출을 올린 진통제 전문 회사다.

지난해 바이오업계 1위인 와이어스를 670억달러에 인수,파장을 일으켰던 화이자는 최근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회사인 폴드알엑스(FoldRx) 지분 25%를 추가로 사들인 데 이어 한 달 만에 킹파마슈티컬즈 인수에 나선 것이다. 앞서 사노피아벤티스는 미국 희귀질환 치료 전문 바이오제약회사인 젠자임을 185억달러에 인수하겠다며 적대적 M&A에 착수한 상태다. 이 회사는 2008년 이후 170억달러를 들여 25개 회사를 사들였다.

◆"먹어야 산다"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M&A에 적극 나서는 것은 주요 제품의 특허보호 기간이 속속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로만 연간 약 133억달러(15조원)의 매출을 올린다. 전체 매출(500억달러)의 27%다. 하지만 2012년 특허가 만료되면 리피토 매출의 최대 80%가 날아간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사노피아벤티스도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항응고제 로베녹스의 특허만료로 2012년 시장을 경쟁사들에 열어줘야 한다.

반면 신약 개발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신물질 개발이나 합성 기술이 한계에 이른 데다,약물의 안전도를 강화하는 정부 규제도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탓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 시장에 출시될 확률은 1990년 14%,2005년 8%,2006년 7% 등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비용도 1970년대 5400만달러에서 2000년대 들어서는 10억~13억달러로 20배 이상 늘어났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