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국정감사 속에서도 일부 의원은 성실한 준비로 국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들은 '저격수형' 의원이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의 국감 첫날부터 배추와 양배추를 직접 가져와 보여주며 "윤증현 장관,이 배추가 얼마인지 아십니까"라며 이슈를 선도했다.


국방위원회의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국감에서 천안함 사건 당시 군이 북한의 이상 동향을 파악하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또 현역 장군 아들들의 보직 특혜 문제를 지적하며 군 지도부의 도덕성 문제를 이슈화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비디오감상실,노래연습장 업종 등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는 '멀티방'이 샤워실,침대까지 갖추는 등 청소년 탈선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점을 밝혀냈다.

야당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피감기관을 질타한 여당 의원들도 있었다. 재정위의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공기업의 2년간 금융성 부채가 58%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정부부처가 책임지고 공기업을 개혁하도록 시스템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이 '한 · 일 공동연구 지원' 명목으로 올 상반기 따낸 정부지원금 1억8000여만원 가운데 4600만원을 룸살롱과 비즈니스 항공권 등 직원들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민감한 이슈의 맥을 제대로 짚어 해결 방향을 제시한 의원들도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12만명에 육박하는 국 · 공립 보육시설 대기자''국 · 공립,민간 보육시설 교사 양극화 심화' 등의 자료와 한국 미혼남녀가 저출산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설문조사 등을 제시하면서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국토위의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발로 뛴 '성실형'이다. 그는 SH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공사대금을 법정기한을 넘기는 사례가 잦은 점을 밝혀냈다. 또 고속철도(KTX) 승무원의 성희롱 실태를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고발했다. 같은 상임위의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실 경영 문제를 파고들었다.

박신영/구동회/민지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