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아르스 노바' 연주회.클래식 공연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사이다와 콜라병들이 '연주'됐다.

음료수 병은 한국 초연 작품인 진은숙씨의 '구갈론-거리극의 명장면들'에 필요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동원된 것.직경 20㎝의 깡통도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일 열린 두번째 '아르스 노바'공연에서도 아시아 초연 작품인 엔리코 차펠라의 '인게수'를 연주하기 위해 낯선 타악기들이 무대를 차지했다. 초연 곡이 유독 많은 '아르스 노바' 연주회의 독특한 풍경이다.

그러나 초연 공연은 극히 드물다. 국내 클래식 팬들이 '편식'만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만큼 공연이 까다롭고 제작비도 더 많이 든다.

국내 초연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음악은 다양한 음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연주 기법과 색다른 악기를 필요로 한다.

올해 세계 초연 8곡을 포함해 20여곡을 국내에 소개한 TIMF앙상블의 김지혜 주임은 "외국 작곡가의 초연작을 연주할 때는 작곡가가 원하는 특정 연주 기법을 연주자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이메일,전화로 소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답답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재독 작곡가 강지영씨의 'Schuplattler' 연주회에서는 작곡가가 원하는 소리를 끝내 만들지 못했다. 이 곡은 수세미로 문지른 피아노 현으로 소리를 내야 했다.

국내에 있는 다양한 수세미로 작곡가가 원하는 질감의 소리를 찾아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소리는 독일에서 파는 수세미로만 만들 수 있었던 것.현대 음악 피아노 연주에는 이렇게 내부 현을 건드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공연장의 피아노를 사용하지 못하고 따로 빌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악보비도 만만치 않다. 세계 초연이면 두 배,아시아 및 한국 초연이면 1.5배 정도 더 줘야한다. 초연 연주가 잦은 '아르스 노바'의 작년 악보 관련 비용만 1040여만원이었다.

지난 8월26일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한 서울시향은 악보를 빌려준 출판사에 1366유로(약 214만원)를 냈다.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를 공연하는 국립오페라단도 악보 비용으로 300여만원을 지불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