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을 앓고 있던 그가 열여섯 살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자신이 거느렸던 농도들에게 살해됐다.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한 그는 돈을 탕진하며 즐겼고,도박에 빠져 전 재산을 잃었다. 반체제 모임에 가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오랜 형무소 생활도 겪었다. 지독한 생활고 속에서 갓 태어난 아이마저 병으로 죽었다. 그 아이의 장례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무렵 그의 작품이 출간됐다. 소설 《백치》였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질병,가난,굴종,비참함은 작품의 원천이었다. 고질적인 간질병마저 작품 속 인물을 구축하는 기둥으로 삼았다.

프랑스 리옹2대학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샤를 가르두는 이 같은 이야기를 통해 약점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약점이 힘이 될 때》에는 소아마비에 교통사고까지 더해진 자신의 쇠약한 육체를 멋진 그림으로 바꿔놓은 프리다 칼로,전쟁의 부상으로 평생 자리에 누워 지내면서도 시를 통해 말을 건 조에 부스케,정신질환을 앓으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 슈만 등 약점을 힘으로 바꾼 8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약점과의 싸움은 인간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며 "모든 약점 가운데 가장 큰 약점은 약하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