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시장환경의 변화가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변화의 모습이 다양하고 너무도 급작스러워 모바일혁명이란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미 우리는 AM(After Mobile),즉 모바일 이후 시대로 접어들었다. 어떤 기업들은 변화의 시기에 나름의 전략을 세워 달려가고 있으며,어떤 기업들은 먼저 달려간 기업의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변화의 시기에 모두가 성공하고 싶겠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 노력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은 존재한다. 일곱 가지로 요약했다.

19세기 후반 철도 보급은 단순한 물류망 확충이 아닌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철도가 부설된 곳은 국가 단위의 수송망에 편입돼 비약적으로 발전했고,소외된 지역은 오지로 전락했다. 철도 보급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숙박업을 발전시켰고,상권을 재편함으로써 부동산 가치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또 기차 운영을 위해 정교한 신호체계와 운영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전신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기차운행 편수와 복잡도가 증가하면서 정밀한 시간 관리가 필요해지자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분 · 초(分 · 秒)단위 시간관리 개념을 갖게 됐다.

모바일 혁명도 마찬가지다. 모바일의 이면에는 사람의 생활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리는 본질적 변화 요소가 존재한다. 과거 돌과 몽둥이로 무장하고 떠돌아다니던 선사시대 인류는 농업혁명,산업혁명을 거치는 동안 한 곳에 정착하며 살게 됐다. 그러나 21세기 인류는 모바일 디바이스로 무장해 다시 떠돌이로 되돌아가고 있다. 모바일 혁명은 사회문화 인간관계 개인심리에 이르는 인간 삶의 전체 영역에서 근본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기술이나 시장이 변하면 사업 모델도 바뀌어야 한다. 1768년 초판을 발간한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은 방대한 내용과 권위있는 필진으로 영어권 지식의 표준으로 자리잡았고,1960년대 미국 중산층 가정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전성기인 1990년에는 연 매출이 8000억원에 달하는 등 감히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세월의 가치를 가졌다. 하지만 CD롬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출현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했고,MS가 '엔카르타'라는 자체 편집 CD롬 백과사전을 패키지로 끼워 팔면서 브리태니커 모델은 붕괴됐다. 21세기 들어서는 '위키피디아'가 나타나 이전 모델을 또다시 붕괴시켰다.

디지털 혁명이 아날로그 시대의 기술과 제품을 변화시켰다면,모바일 혁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문화적 차원을 아우르는 인간 삶의 전반적 측면을 변화시킬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면서 이는 필연적으로 구매방식 변화와 연결되고 사업모델의 변화로 귀착될 것이다. 이미 모바일 혁명의 영향은 금융업 신용카드업 게임산업 등 B2C 비즈니스에서 시작해 소매업 의료산업 교육산업을 넘어 화학,철강 등 B2B 산업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기존 비즈니스가 전제로 하고 있던 진입장벽이 무의미해지는 시대에 사업모델은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은 투입-산출 모델이다.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해 현금을 유입시킨다. 기업은 이런 전 과정을 튼튼하게 연결해 가치사슬을 구성함으로써 존재의미를 찾는다. 가치사슬은 20세기 동안 두 번의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1920년대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 도입이 그 중 첫 번째였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제품생산과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전체를 흐름(flow)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했다. 이는 가치사슬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왔다.

또 1980년대 후반부터 보급된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은 컴퓨터와 데이터 통신기술을 기업내부 가치사슬에 접목시킨 결과물이었다. 과거 물리적으로 흘러가던 프로세스를 IT기술을 적용해 효율화함으로써,포드 이후 지속돼 오던 가치사슬을 재정립시켰다. 모바일 혁명은 가치사슬 재배치의 세번째 분기점이 될 것이다. 20세기까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모여서 작업했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공간제약이 약화됐지만,업무용 PC가 있는 공간에 모여서 작업하는 방식을 벗어날 수 없었다. 모바일 혁명은 이런 공간적 제약을 넘어설 수 있게 한다. 기업들은 이제 자원조달 생산 판매 물류 애프터서비스 인사 재무 등 기업내부 가치사슬 전반을 모바일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 기업들은 단조로운 변화를 가정하고 비즈니스를 한다. 시장 전체가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보고 조금 더 빨리 노를 젓거나,몸집을 줄여 기업 효율화를 시도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 시기에는 부서 간 경쟁 도입도 의미가 있다. 어차피 큰 방향이 정해졌으니 적절한 경쟁은 생산성 증대에 효과가 있다.

과거 브리태니커 폴라로이드 DEC도 변화의 시기에 이처럼 생산성 개선과 기업 효율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왜 이들 기업은 성공하지 못했을까? 불행하게도 그들이 당시 겪었던 변화가 단조로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등장하는 혁명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를 새로운 논리로 뒤바꿔 놓은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과거의 방식이 통할 수 있을까. 혁명적 변화 시기에는 개별 부서의 부분 최적화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전사가 함께 기존의 방식을 혁신하는 '창조적 파괴'를 수행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서 힘을 합쳐야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모바일 혁명도 마찬가지다. 단발적,전술적 대응이 아니라 전략적 대처가 필요하다. 지금 벌이고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경쟁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까지 기업과 고객의 관계는 일방향이었다. 기업이 콘텐츠를 준비해서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면 고객은 이 정보를 받아 충성도를 키워나갔다. 그런데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객은 정보 수신자에서 벗어나 쌍방향 의사소통을 주도하고 다른 고객과 동적인 관계를 맺어 나가기 시작했다. 또 고객들은 기업 주도의 홍보메시지를 맹신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네트워크에서 거론되는 메시지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

기업-고객관계에서의 권력관계가 고객중심으로 완전히 이전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고객을 매출 창출 수단이 아닌 네트워크상의 파트너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또 직접적 매출기여 고객보다 네트워크에서 기업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하는 고객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는 이제까지 기업이 갖고 있던 고객에 대한 시각이 모바일 시대에서 근본적으로 재편돼야 할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변화의 시기에는 누구나 근심한다. 그리고 근심이 깊어질수록 시야를 넓게 보는 행동보다 손 안에 쥐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응한다. 미디어의 디지털화에 대응하지 못한 음반 및 비디오시장의 쇠락이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시장을 보면서도 스마트폰 라인업을 대비하지 못했던 우리 휴대폰 산업의 어려움은 이처럼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모바일 혁명이 진행되는 지금 대부분 기업은 변화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일부 발빠른 기업들은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고,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해 고객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장이 변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울타리 밖에서 관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성과를 창출하려면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골프를 잘하려면 골프채를 들어야 하고,수영을 잘하려면 물에 뛰어들어야 한다. 기업이 한가로이 관망하고 있는 지금도 고객들은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의 바다에서 과거와는 다른 곳으로 헤엄쳐가고 있다. 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면 가벼운 튜브라도 구해서 우선 변화에 몸을 맡겨보라.지나친 근심은 미래로 가는 지도를 아예 불태워버릴지도 모른다.

모바일 혁명이 가져온 시장의 변화는 모든 기업에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업은 혁신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른 기업이 먼저 달려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쫓아가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모바일 혁명의 진정한 의미에 공감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허겁지겁 다른 기업을 따라 하기 바쁘니 가치판단 같은 것은 해본 지 오래다. 이래서는 모바일 혁명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모바일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들은 우선 기업 내부부터 모바일화시켜야 한다. 우선 직원 모두가 모바일기기와 소셜 네트워크를 가깝게 활용할 수 있도록,회사 내부체계에 모바일 기반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내부 활용과정에서 느끼는 이슈와 아이디어를 모아 끊임없이 토론하고 개선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업 내부 전 직원이 모바일 체계에 젖어들고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면 이것이 성공을 위한 조직 역량이 되고 기업문화로 쌓여가는 것이다.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