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김남주의 ‘몀품 코미디’가 빛났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 18일 첫 방송된 MBC 새 월화극 ‘역전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김남원)이 11.6%(수도권 기준)를 기록, 상쾌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첫 방송에서는 연봉 7천만원의 능력있는 골드미스 황태희 역을 맡은 김남주의 ‘시크한 코믹 연기’가 극찬을 받았다.

특히 김남주가 극중 한상무 역을 맡은 하유미로 변신해 펼친 연기는 100% 싱크로율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들을 웃음바다로 빠지게 만들었다.

극중 황태희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꿈인데 가족도 친구도 없이 오로지 일에만 전념하며 애완견을 키우는 상사 한상무(하유미)를 보며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

한상무는 자신을 롤모델로 생각하는 황태희에게 "자기도 나처럼 만들어 줄게"라고 말하지만 황태희는 자신도 결혼 한 번 못 해 보고 저렇게 늙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빠지게 된다. 황태희는 꿈속에서 한상무의 모습을 한 미래의 자신을 보게 되는데 이 때 김남주는 하유미처럼 새빨간 립스틱과 까맣고 부풀린 헤어를 하고 입술 움직임과 눈빛 하나까지 100%로 한상무의 캐릭터를 재현해낸다.

머리에 색색의 헤어롤을 말고 잠에서 깨어난 황태희의 엉뚱한 모습까지 김남주의 명품 코미디의 향연이었다.

이밖에도 김남주는 신입사원 봉준수(정준호)를 유혹하기 위해 노래방에서 트로트 '오빠 한번 믿어봐'를 '누나 한번 믿어봐'로 개사하여 열창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 동안 직원들에게 보여줬던 얼음 같은 냉철함과 카리스마는 까마득히 잊은 채 정준호에게 요염한 눈빛을 보냈고 테이블까지 휩쓸었다.

1회분에서는 노래방에서의 노골적인 유혹과 더불어 2010년식 작업의 기술이 총 동원됐다. 황태희는 일부러 봉준수에게 보란 듯이 핸드백에서 통장을 후두둑 떨어뜨리며 자신이 알뜰하고 재력 있음을 강력히 어필한다. 남녀가 부딪히면 으레 손수건이나 핸드폰을 떨어뜨리던 전형적인 작업 스타일을 완전히 뒤집는 상황인 것.

또한 황태희는 술에 취해 봉준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자연스럽게 아파트가 재개발 계획에 있으며 "몇 억 올랐을 뿐"이라고 흘린다. 그리고 철없고 경제적 능력 없는 어린 여성보다는 재테크 잘 하고 능력 있는 연상녀가 더 인기라고 목청껏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황태희는 공부 잘하던 애가 왜 결혼 하나 못하냐는 엄마의 핀잔에 "결혼, 있으면 나도 문제집을 풀든 학원에 다니든 해서 좀 해 보고 싶다", "이 나이에 맘에 드는 남자 만나는 건 로또 맞는 것보다 더 어려워"라는 대사를 남기기도 해 짝을 기다리는 삼십대 여성들의 마음을 절절하게 울렸다.

그 외 봉준수역의 정준호도 황태희의 애교를 훈훈하게 웃으며 받아주고 대사를 맛깔나고 정확하게 전달해 "역시 베테랑답다"는 극찬을 들었다. 처음으로 커플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의 연기가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아 빗속의 설레는 스킨쉽이나 첫 밀월여행 등이 자연스럽게 잘 표현됐다는 평이다.

첫 방송이 끝나고 난 후 시청자들은 “폭풍 전개에 흡입력 최고”, “삼순이 이후에 친구같은 드라마를 또 만났다”, “웃길 때와 진지할 때를 지킬 줄 아는 드라마”라며 게시판과 트위터 등에 시청소감을 남겼다.

한편 1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봉준수와 결혼에 골인한 황태희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 부하직원이었던 백여진(채정안)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이 선보이면서 또 다른 국면을 예고,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경닷컴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