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의 경쟁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케팅 비용은 30% 이상 늘었다. 일종의 신용대출인 카드론 실적도 23% 증가했다. 카드모집인과 대출모집인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카드사들에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과당경쟁을 자제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마케팅 비용 급증세

금감원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6개 전업계 카드사와 14개 은행계 카드사의 올 상반기 마케팅비용은 1조361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460억원)보다 30.2%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마케팅 비용은 2007년 연간 비용(1조4392억원)에 육박했다.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2007년 1조4000억원에서 2008년 2조원을 넘었고 작년엔 2조3420억원을 기록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카드가 올 상반기 279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 가장 많았다. 신한카드가 275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1623억원)과 삼성카드(1581억원)도 각각 1000억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 마케팅 비용은 골프 여행 공연 등 초우량고객(VIP) 대상의 이벤트 등 부가서비스 비용과 최근 과열을 보이고 있는 카드론마케팅활동비,광고선전비 등이 포함된 수치다.

◆대출모집인 통한 카드론 확대 공세

카드사들은 고금리 카드론 확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8월 말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대출잔액은 12조485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8% 증가한 반면 카드론 대출잔액은 14조58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3% 늘었다. 현금서비스는 미사용 한도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카드론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카드사들은 이 점을 이용해 현금서비스보다는 카드론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 3월 12조1297억원을 기록해 현금서비스 잔액(12조193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카드론 확대에 열중하고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최근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신용판매부문 실적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카드모집인 외에 대출모집인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과당경쟁 제동 검토

카드사의 과당 경쟁은 경제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카드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꺾일 경우 높은 가계부채와 능력 대비 과도한 카드 사용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평균적으로 1명이 4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데다 각각의 카드가 이용자 월 수입의 2~3배 한도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는 카드채권의 회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카드론의 대손충당금 최소적립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에 따라 쌓는 대손충당금의 비율을 높일 경우 카드사의 부담은 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 등을 통해 카드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