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기득권에 막힌 원자력학과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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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몇 달 전 국내 유명 사립대 총장을 만나 "앞으로 원자력산업이 유망하니 원자력공학과를 신설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 이후 '원전 붐'이 일면서 이 분야의 취업 전망이 좋아지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이 총장은 "교수들의 반발 때문에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도권 대학은 전체 정원이 제한돼 있어 새로운 학과를 만들려면 기존 학과를 없애거나 정원을 줄여야하는데,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원자력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은 관련 학과 개설에 소극적이다. 현재 원자력학과를 개설해 졸업생을 배출하는 대학은 서울대 KAIST 경희대 한양대 조선대 제주대 등 6곳뿐이다. UAE 원전 수주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이 없다. 그나마 부산대가 내년에 원자력공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향후 원자력 분야는 심각한 인력난이 예고돼 있다. 국내에서만 향후 10년 내 10기 안팎의 신규 원전 건설이 예정돼 있고,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추가 원전 수출이 예상되고 있다. 지경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원전 인력 양성 종합대책'과 한국원자력학회가 올해 초 교과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원자력 전문인력(단순 노무직 제외) 수요는 2020년 4만5000명으로 현재 종사자(2만1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원자력 전공자가 필요한 연구개발(R&D) 분야는 향후 10년간 총 1439명의 신규 수요가 예상된다.
반면 국내 6개 원자력학과에서 배출되는 학사 출신은 300명도 안되고,석 · 박사는 80명 미만이다. 게다가 주요 원자력 연구기관 종사자의 대부분이 40~50대다. 5~6년만 지나면 대규모 정년퇴직으로 연구인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교과부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대학들의 원자력학과 신설 지원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원전 수주가 대폭 확대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원전 수출이 본격화되고 나서야 원자력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뒷북 대책'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하지만 이 총장은 "교수들의 반발 때문에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도권 대학은 전체 정원이 제한돼 있어 새로운 학과를 만들려면 기존 학과를 없애거나 정원을 줄여야하는데,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원자력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은 관련 학과 개설에 소극적이다. 현재 원자력학과를 개설해 졸업생을 배출하는 대학은 서울대 KAIST 경희대 한양대 조선대 제주대 등 6곳뿐이다. UAE 원전 수주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이 없다. 그나마 부산대가 내년에 원자력공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향후 원자력 분야는 심각한 인력난이 예고돼 있다. 국내에서만 향후 10년 내 10기 안팎의 신규 원전 건설이 예정돼 있고,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추가 원전 수출이 예상되고 있다. 지경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원전 인력 양성 종합대책'과 한국원자력학회가 올해 초 교과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원자력 전문인력(단순 노무직 제외) 수요는 2020년 4만5000명으로 현재 종사자(2만1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원자력 전공자가 필요한 연구개발(R&D) 분야는 향후 10년간 총 1439명의 신규 수요가 예상된다.
반면 국내 6개 원자력학과에서 배출되는 학사 출신은 300명도 안되고,석 · 박사는 80명 미만이다. 게다가 주요 원자력 연구기관 종사자의 대부분이 40~50대다. 5~6년만 지나면 대규모 정년퇴직으로 연구인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교과부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대학들의 원자력학과 신설 지원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원전 수주가 대폭 확대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원전 수출이 본격화되고 나서야 원자력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뒷북 대책'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