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370Z는 멀리서 쳐다봐도 눈에 확 띌 정도로 매끈한 몸매를 자랑했다. 두 명만 앉을 수 있는 정통 스포츠 쿠페다. 전면부는 길고,후면부가 짧다. 뒷바퀴 휠하우스에선 근육이 잘 발달한 육상선수를 연상케 했다.

운전석에 앉으니 경주차에 주로 장착되는 버킷 시트가 몸을 편안하게 감싸줬다. 편의성을 포기한 일반 스포츠카와 달리 운전석과 조수석 위치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양쪽 사이드 미러가 폭넓은 시야를 제공했다. 다만 룸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는 다소 좁은 편이다.

계기판 중앙엔 속도계 대신 rpm(분당 엔진 회전수) 계기판이 자리 잡았다. 변속 때 rpm을 최대한 빨리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배려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오디오가 있는 부분) 상단에는 엔진 온도와 시간 등을 알려주는 원형 계기판 3개가 나란히 달려 있다. 심플한 실내 디자인과 잘 어울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370Z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배기음은 상당히 크고 둔탁한 편이다. 단단하게 땅에 붙어 순식간에 시속 200㎞를 돌파했다. 7단 자동변속기는 별다른 변속 충격을 주지 않고 속도를 끌어올리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변속장치는 물론 운전대에 붙은 패들시프트를 통해서도 수동 조작이 가능하다.

이 차의 장점은 일정 속도 이상에서 추가 속력을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3700cc V6엔진이 최고출력 333마력,최대토크 37㎏ · m의 힘을 낸다. 차체가 가벼운 덕분에 핸들링도 뛰어나다.

370Z의 연료 표시장치는 16개의 작은 조명이다. 마음껏 운전을 즐기면서도 조명이 하나씩 꺼지는 속도가 상당히 더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성능 스포츠카이면서 ℓ당 9.6㎞의 공인연비를 낼 수 있다. 닛산이 '에브리데이 스포츠카'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다. 가격은 5680만원인데,경쟁 모델인 포르쉐 카이맨이나 BMW Z4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다만 내비게이션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수납박스가 자리 잡고 있어 다소 어색했다. 음료수를 놓을 수 있는 컵 수납대가 따로 없다. 지상고가 낮기 때문에 속도 방지턱을 넘을 땐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