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어제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 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의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따라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4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변 전 국장은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대법원의 무죄 선고도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이 사안이 변 전 국장 개인은 물론 금융계와 공무원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점을 감안하면 생각해볼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공직자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내린 행정적 판단과 선택을 사법적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공직자가 직무 수행에 적합하다는 신념에 따라 내부 결재를 거쳐 시행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 처벌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다시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변 전 국장이 헐값 매각 혐의로 기소되면서 공직 사회에 책임질 일은 하지 말자는 업무 기피증(변양호 신드롬)이 생기는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지루한 법적 공방으로 외환은행을 국민은행과 HSBC에 팔려던 작업도 무산돼 매각 시기만 늦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일부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게 되면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된다며 '먹튀 논란'을 부추기는 바람에 반(反) 외자 정서가 고개를 들기도 했다.

물론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았던 2003년,사모펀드가 아닌 공신력 있는 은행이 매수 주체로 나타났더라면 더없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도 부실한 외환은행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모두 잊고 뒤늦게 헐값 매각이니 먹튀니 하는 소모성 논쟁만 벌여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책임과 관련해서도 당시 강경식 재정경제원 장관과 김인호 경제수석이 무려 6년간 법적 공방에 시달려야 했다. 론스타는 벌써 두 번째 학습이다. 공직자들의 행정적 판단을 사법적 잣대로 옭아매려는 잘못된 관행이 더이상 되풀이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