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전만해도 은행예금을 대체할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끌었던 주식형 펀드에서는 끊임없이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자문형 랩 상품으로는 꾸준히 돈이 유입됐다. 또 주가가 오르면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인기를 끌었다.
◆올 최고 히트상품은 자문형 랩
올해 증권업계의 최고 히트 상품은 단연 '자문형 랩'이다. 자문형 랩은 올 들어서 빠르게 덩치를 불리며 증권업계의 '신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3월 말 8000억원이던 10대 주요 증권사의 자문형 랩 계약잔액은 지난달 말 3조원을 기록,6개월 만에 네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올 들어서만 12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자문형 랩이 순식간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올 들어 펀드나 직접투자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자문형 랩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가 11.9%(9월 말 기준) 오르는 동안 일부 자문형 랩에서는 20~40%의 수익이 나면서 같은 기간 9.39% 수익률에 그친 국내 주식형펀드를 크케 앞섰다.
자문형 랩이 맞춤형 고객서비스를 내세우면서 투자자들에게 파고든 점도 인기 비결이다. 실시간으로 투자자가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투자 수익률을 볼 수 있는 데다,운용팀에 종목 구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배준영 미래에셋증권 랩운용팀장은 "자문형랩이 지난해 말부터 선택과 집중한 종목들이 오르면서 수익률이 좋게 나와 자문형 랩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며 "무엇보다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고객과 소통을 늘려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게 자문형 랩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 ELS,예금보다 고수익 주식보다 안전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지만 굴곡이 없었던 건 아니다. 1월 중순에는 중국의 긴축 가능성과 미국의 금융개혁법안 추진이라는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코스피지수는 1500대 중반으로 밀렸고,5월 들어선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은 또 한 차례 출렁였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ELS로는 꾸준히 자금이 몰렸다. 특히 강남권 PB센터에선 소수의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ELS가 큰 인기를 끌었다.
올 들어 월별 ELS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1월에 1조7124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1조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다가 5월 들어선 2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9월까지 ELS발행액은 약 1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8조원)의 두 배를 넘어서고 있다. 류남현 삼성증권 PB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주식 직접투자보다는 안전한 ELS를 찾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지급 · 결제 기능이 허용됨에 따라 CMA로도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작년 말 38조2337억원이던 증권사의 CMA 잔액은 지난달 말에는 41조9454억원을 기록,올 들어 9.7% 증가했다.
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자산관리서비스도 올 들어 주목받았다. 펀드판매사 이동제도 도입을 계기로 주요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서비스 브랜드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영향이 컸다. 김정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장은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가 실망한 투자자들이 단일 상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많이 찾으면서 자산관리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