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를 10년 후 정수기 회사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윤석금 회장이 올초 그룹 임직원에게 강조한 말이다. 이 말엔 오너 경영자의 고뇌가 녹아 있다. 웅진코웨이는 설립 후 21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며 재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했지만 몇 가지 고민거리를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정수기다. 지금의 웅진코웨이를 있게 한 복덩이지만 한편으로는 회사 이미지를 고착화한 제품이었다. 회사가 제품군을 다변화하면서 영역을 확대해 나간 이후에도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여전히 웅진코웨이를 '정수기 회사'로 인식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약점은 '내수 회사'라는 주변 인식이다. 정수기,비데,연수기 등 소형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국내 절대강자로 통하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불과 4%에 불과하다. 재계 서열 32위인 웅진그룹의 주력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포트폴리오다. 더군다나 주력 제품들은 시장 포화로 매출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점유율을 늘리는 데 한계상황에 도달한 탓이다. 마케팅이나 영업 강화로는 풀 수 없는,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웅진코웨이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웅진코웨이의 미래 지향점을 말해준다.

웅진코웨이의 변신은 '생활가전에서 토털 라이프 케어로','내수에서 글로벌로','소비재에서 산업재로' 등 3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특유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발빠른 변신에 나서고 있다.

◆주방,욕실을 넘어 '토털 라이프 케어'로

웅진코웨이는 1989년 정수기 회사로 시작해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설립 첫해 63억원과 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4119억원과 1533억원으로 급증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동안에도 '렌털 제도'를 도입하면서 가속페달을 밟는 저력을 발휘했다. 200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배,영업이익은 3배 늘어났다. 하지만 웅진코웨이의 매출 증가율은 최근 들어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2000~2005년 150%에 달했던 매출 증가율은 2006~2009년 40%대로 낮아졌고 최근 3년간 8%를 밑도는 등 주춤하고 있다. 그 대신 영업이익률이 높아지고 소비자 만족도도 상승하는 등 내실은 다졌지만 아직은 성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웅진코웨이는 제품군을 확대하며 생활소비재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바깥으로 눈을 돌린 첫 무대가 화장품 시장이다. 지난달 기능성 화장품 리앤케이를 내놓으며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화장품 부문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지만 내심 200억원가량도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12년부터 흑자로 전환하고 2014년엔 매출 200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김상준 웅진코웨이 상무는 "고기능성 화장품 시장은 연 평균 24% 성장한다"며 "향후 시장이 크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의 성공 여부는 웅진코웨이의 변화 의지와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주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투자 관련 당사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다. 일단 지난 한 달간 매출은 40억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연내 100억원 돌파라는 1차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이 밖에도 지난해부터 커피 머신,반신욕기,주서기,족용기 등 다양한 제품군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에는 미용기기도 내놓을 방침이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다른 기업이 제작한 제품을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들여와 코웨이 판매망을 통해 소비자를 파고든다. 주력 아이템에 집중하며 수익성과 지배력을 강화하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있다.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웅진코웨이의 제품군을 생활 영역 전반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내수에서 글로벌로

웅진코웨이의 해외 진출은 '진행형'이다. 중국법인이 화장품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2000년 현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중국에 진출한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5년간 연 평균 매출 증가율은 75%에 이른다. 2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103억원,3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45%,53% 증가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국내 시장의 3배가 넘는 데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중국 화장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웅진코웨이의 주력 제품인 생활가전의 글로벌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 미국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공략하고 있지만 한국의 방문판매 방식이 이들 나라에서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들 나라 모두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일본과 태국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웅진코웨이는 이에 따라 글로벌화 전략을 다시 짜고 미국 시카고와 이탈리아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다. 직접 판매 대신 미디어마켓,로즈 등 해외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판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웅진코웨이가 미래 주력 사업으로 보는 또 하나의 아이템은 수처리 분야다. 정제되지 않은 물을 공장용수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정수 처리와 오염된 공장용수를 방류 가능한 물로 만드는 폐수 처리,그리고 폐수를 다시 정수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폐수 재처리 부문 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71억원.아직 회사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하지만 웅진코웨이 내부적으로는 향후 생활가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주력 사업으로 꼽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사업의 빠른 확대를 위해 인수 · 합병(M&A) 전략을 택했다. 올해 초 수처리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그린엔텍을 인수한 데 이어 M&A할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 중국의 수처리 전문업체와 국내 고순도 수처리 전문업체 등 2곳이 대상이다.

웅진코웨이의 수처리산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웅진케미칼이 수처리 사업용 필터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웅진코웨이는 공업용 정수,오페수 처리 등의 사업 채널 확보와 글로벌 영업에 집중하는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여기에 극동건설이 플랜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수담수화 등 플랜트형 수처리 사업에 힘을 보탠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M&A와 공공하수,산업용 오폐수 처리에 이어 PKG(패키지),O&M(Operation & Maintenance)까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올해 수주 규모를 800억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