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앞두고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합병 방식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신상변동 소문을 언급하자 하나금융이 사과를 요구하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 행장은 지난 9일 특파원들과 만나 "하나금융과 합병한다면 기업가치나 고객 구성,맨파워 등에서 모두 앞서는 우리은행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수 없고 어차피 합병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합병을 한 제3법인의 중심은 우리은행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민영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이 나오면 여론이 어느 쪽으로든 쏠릴테고,그렇게 힘이 실리는 방안이 나오면 그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며 "금융당국도 복안을 갖고 있기보다는 나오는 방안들을 봐가며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김승유 회장과 관련해 신상변동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소문을 전한 뒤 "김 회장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하는 것을 하나의 카드로 쓸 수도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11일 김종열 사장 명의의 '이종휘 행장 발언에 대한 입장' 자료를 배포해 "이 은행장의 발언은 한국 금융산업의 앞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분별한 언행"이라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하나금융은 "특히 금융권 지배구조의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이 시점에 구체적인 합병 방법과 지배구조를 제시하며 여론을 유도하거나 타 회사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실명을 거명하며 용퇴를 운운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무책임한 언행이자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는 부적절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