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 '

아시아 남자골프 유일의 메이저대회 챔피언 양용은(38 · 사진)이 한국프로골프 사상 최다타수차 역전극을 펼치며 4년 만에 국내 대회 우승감격을 맛보았다. 그것도 4년 전 자신이 우승한 내셔널타이틀이었다.

양용은은 10일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코오롱 제53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3억원)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4라운드 합계 4언더파 280타로 경기를 마쳤다.

3라운드까지 10타나 앞선 노승열(19 · 타이틀리스트)을 비롯해 선두권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가 우승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중압감이 가장 심하다는 최종라운드가 시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챔피언조로 동반플레이한 노승열-강성훈(23 · 신한금융그룹)-김비오(20 · 넥슨)는 약속이나 한듯 초반부터 보기를 쏟아내며 무너졌다.

양용은이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6타를 줄인 전반에 노승열은 2타를 잃으며 간격이 2타차로 좁혀졌다. 양용은은 후반 1오버파로 주춤했으나 우승이 예견됐던 노승열은 버디 없이 보기 4개와 더블보기 1개를 쏟아내며 맥없이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전날까지 5타차 선두였던 노승열은 최종일 8타(버디2 보기6 더블보기2)를 잃은 끝에 간신히 언더파를 유지하며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최종일 노승열의 부진 덕도 있었지만 양용은의 대역전에는 메이저챔피언다운 관록이 밑바탕이 됐다. 첫날 74타,둘째날 71타로 중위권에 머물렀던 양용은은 '무빙(moving) 데이'로 일컬어지는 셋째날 2언더파를 치며 공동 12위까지 올라갔다. 선두 진입의 발판을 마련한 것.최종라운드는 지난해 8월 그가 US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와 맞붙어 우승할 당시의 플레이를 연상시킬 만큼 흠잡을데 없었다.

그는 스코어를 줄여야 하는 최종일에 이번 대회 데일리 베스트를 작성하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2002년 SBS최강전,2006년 한국오픈에 이어 국내대회 세 번째 우승이고 지난해 USPGA챔피언십 이후 14개월 만의 우승감격이다.

양용은의 우승은 국내 대회 사상 최다차 역전 우승이다. 이 대회 전까지 1990년 쾌남오픈에서 봉태하,1994년 매경오픈에서 김종덕,2008년 KPGA선수권대회에서 앤드루 매켄지가 나란히 8타차 역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양용은은 우승 후 "승열이는 그 나이 때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선수다. 이번 대회 역전패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승은 생각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하자고 했는데 17번홀에서 보기로 막는 행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