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심 진입하려면 더 큰 책임 짊어져야"
"더블딥 없겠지만 공공부채, 고용없는 성장 등 리스크 상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환율 문제를 놓고 또 한 번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다르(DAR) 기념관에서 개막한 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 첫 연설에서 "우리는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는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사이의 균형을 다시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경상흑자국으로는 중국을, 적자국은 미국을 꼽을 수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어 IMF의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지분 이전 등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해 "국제기구들이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려면 정당성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선 세계경제의 지형변화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래의 힘의 균형은 현재 경험하는 것과는 좀 다를 것"이라며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나라와 IMF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이런 점이 반영되기를 원하는 나라들은 세계경제의 안정성을 위해 더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IMF 문건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협의 중인 지배구조 개혁안이 원안대로 이행될 경우 지분율이 6위에서 2위나 3위로 성큼 도약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의 이런 발언은 환율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 등 신흥국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환율 절상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배구조 개선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신흥국들에 더욱 큰 `책임'을 강조한 대목은 IMF 지분개혁으로 큰 이득을 볼 중국 등 신흥국들에게 환율 문제와 관련해 양보하라는 간접적인 압박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도 "환율을 무기화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한편,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이날 IMF 및 세계은행의 187개 회원국들에 불확실한 세계에서 신뢰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IMF는 더블딥(이중침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회복에는 공공 부채, 고용 없는 성장, 금융권의 지각변동, 상호 협력의 약화 등 4개의 하방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고용을 동반한 성장을 증진시키는 한편, 금융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의 새로운 원천'에 대해서는 무역불균형 해소 외에도 한국 정부가 주창한 `녹색 성장'(Green growth)을 언급하며 "성장의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 사이의 재균형 방안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