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다 미 · 중 간 환율 분쟁까지 가열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급등락으로 사업계획을 짜기가 어려워진 데다 자칫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이어질 경우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들에 타격이 될 게 뻔해서다.

환율 급등락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자동차 업계다. 수출 비중이 60~7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 · 기아자동차는 원 · 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액이 약 2000억원 줄어드는 구조다. GM대우자동차는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차량에 매기는 관세와 수출량 전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도 원화 강세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LG전자는 현재의 환율 수준이 비상대책을 수립할 단계는 아니지만,매출채권과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 변동 상황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섬유업계 역시 원화 절상 흐름이 달갑지만은 않다. 매출액의 80%를 수출에 의존하는 대표적 수출주도형 구조여서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화학섬유 산업의 매출액이 208억원 감소한다는 조사도 있다"며 "환율 하락으로 원재료 구입 비용에서 보는 이익이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걱정했다.

환율 변동이나 보호무역주의 등은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인 만큼 각 업체들은 외부 상황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데서 해법을 찾고 있다.

현대 · 기아차는 해외 공장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공장을 신설한 데 이어 중국 제3공장과 브라질 공장을 조만간 착공,고율의 관세를 피하고 환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확대하고 원가 절감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모바일용 D램과 30나노급 D램 생산 비중을 높이는 게 대표적인 예다.

포스코는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유연탄 철광석 등 원료 수입물량 결제에 사용하는 '자연적 위험회피'(natural hedge) 방법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원가절감 목표(1조1500억원)를 조기에 달성하고 신규 고객사를 발굴해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수출 비중 축소에 나섰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인 나프타 분해시설을 보유한 대형 화학업체는 수출 비중이 60~70% 선"이라며 "수출 비중을 줄이는 한편 나프타값과 환율의 최적점을 찾아 거래하는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환율 하락으로 모든 업종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항공업계는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대한항공은 540억원,아시아나항공은 68억원의 비용을 각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