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서 ‘꼽등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됐다. 꼽등이 곤충 수천마리가 강원도의 한 아파트에 출몰해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이 단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순위에 오르며 ‘꼽등이 송’ ‘꼽등이 게임’ ‘꼽등이 까페’까지 등장했다.

'스마트폰 사생語' 앱등이와 삼엽충을 아시나요?
IT업계에서도 꼽등이와 연관된 신조어가 생겨났다. ‘앱등이’라는 말이 바로 그 것.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이 단어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과 CEO인 스티브 잡스를 추종하는 이른바 ‘애플빠’라는 말이 ‘꼽등이’와 결합된 것이다.

다만 ‘앱등이’는 “애플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대책없는 무개념”이라는 식의 좀 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삼성, LG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독점하던 휴대폰 시장은 지난해 말 애플 아이폰 도입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피처폰(일반폰)을 주로 사용하던 소비자들은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을 접하면서 “신세계를 만났다”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1년 사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 천하로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폰에 마음을 뺏긴 사용자들과 삼성 등 국내 제품을 옹호하는 사람들 간에 서로를 ‘애플빠’ ‘삼빠’라는 식으로 부르며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아이폰4와 갤럭시S의 출시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자 이들의 대결구도 역시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다.

‘애플빠’로도 모자라 이보다 좀 더 부정적 뉘앙스의 ‘앱등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는가 하면 이들을 비꼬는 ‘앱등이 송’ ‘앱등이 만화’까지 인터넷에 번지고 있다.

물론 앱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반대로 ‘삼엽충’이라는 말로 상대방을 깎아내린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재업계나 제품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은 시장을 발전시키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지만 최근의 행태는 무조건적인 ‘깎아내리기’로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애플 혹은 삼성 관련 뉴스에는 어김없이 ‘앱등이’와 ‘삼엽충’들의 끝도 없는 비방 댓글이 이어지기 일쑤다.

한편 꼽등이와 연관된 단어 중 ‘연가시’라는 게 있다. 질긴 생명력을 가진 꼽등이를 겨우 죽이면 죽은 꼽등이떼 위로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물체가 올라오는데 이것이 꼽등이 몸에 기생하는 ‘연가시’다.

연가시는 최대 2m까지 자라나 기생하고 있는 곤충의 자살까지 유도하는 신경조절 물질도 분비한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앱등이안에 살면서 그들의 신경을 조절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바로 ‘잡가시’(스티브 잡스+연가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