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경영자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신뢰가 쌓인 기업은 더 좋은 조건에 물건과 서비스를 팔 수 있고 기업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자칫 기업이 망하는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신뢰를 쌓는 길은 먼저 정확한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고객 공급처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은 성장성,이익 창출능력,유동성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기업과의 관계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상장기업은 재무정보가 신뢰를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다.

정확한 재무정보를 적시에 작성하려면 무엇보다 기업 내에 충분한 자원이 할당돼야 한다. 재무정보 작성을 등한시하다 정해진 기간 내에 공시하지 못하면 투자자를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되고,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재무정보를 공시해야 하는 상장기업들은 더 많은 전문인력을 관련 업무에 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적절한 내부통제 제도가 필수적이다. 재무정보 작성 부서가 경영진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오류를 가려낼 수 있는 검증 기능을 갖춰야 한다. 또 문제가 발견된 재무정보는 즉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와의 마찰 등에 대한 우려로 덮었다가 차후 발견될 경우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줄 수 있다. 한때 미국의 7대 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잘나갔던 엔론을 한순간에 몰락으로 이끈 것도 다름아닌 회계부정이었다.

이길호 < 딜로이트안진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