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천 화신주방산업 회장(64 · 사진)은 "기존 제품에 비해 우수한 성능의 주방기기를 시장에서 원하고 있어 늘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주로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어 단체 급식용 대용량 주방기기 분야가 사양산업으로 불리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30년 넘게 단체 급식용 대용량 주방기기 분야 한우물을 파온 업계 '맏형'으로 불린다. 지금도 업계에서는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하면 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결을 요청해 올 정도다. 이 회사는 군부대 교도소 기업 학교 등 2142곳과 거래하며 단체급식용 대용량 주방기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어린 시절부터 다니던 싱크작업대 제작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 때는 1978년 3월.서울 신림동에 임대공장을 얻어 직원 10명을 두고 싱크작업대를 만들어 팔았다. 이 회장은 "싱크작업대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열심히 만들고 거래처를 뚫으면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었다"고 소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단체 급식시장이 커지자 이 회장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년여간의 개발을 통해 1990년 내놓은 첫 제품은 고온의 스팀을 공급해 빠른시간에 조리를 하는 가스 다단식취사기였다. 이 제품은 매년 성능개선을 통해 현재 국내 시장의 90%를 점유한다. 이 회장은 "일정한 압력을 맞추고 열효율을 높이며 불연소를 없애는 개발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동화설비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회사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특허 6건,실용신안 27건,디자인 4건 등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다단식취사기 외에 회전식국솥,가스 · 스팀교반기,가스테이블레인지,가스부침기,가스튀김기,가스만능조리기,전동세미기,감자탈피기,저울운반카,국보온배식대 등 단체급식당에서 필요한 대용량 주방기기를 만들고 있다. 이 중 회전식국솥은 재료의 두께를 2㎜로 두껍게 만들고 테두리를 두 겹으로 제작해 국자 등으로 젓지 않더라도 국이 타거나 눋는 현상이 거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의 또다른 강점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다. 본사와 주요 도시에 두고있는 애프터서비스 전문인력을 활용해 24시간 내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회장은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만들고 있어 고장으로 인한 애프터서비스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단체 급식당의 편의를 위해 여느 업체와 달리 애프터서비스 전국망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육 · 해 · 공 · 군에 공급하는 군납시장에서도 4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2007년 5억6400만원,2008년 6억4100만원에 불과했던 군납매출액이 지난해에는 22억4100만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 회사는 수주가 늘어나면서 2007년엔 15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광주 고불로공단 내 4960㎡ 규모의 부지로 확장 이전했다. 최근 들어서는 토 · 일요일 특근과 주중 잔업을 해야만 주문물량을 제때 납품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
서울산업대를 졸업한 뒤 2002년부터 회사일을 돕고 있는 이승구 대표(35)는 2005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생산 및 영업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경영을 승계해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가스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며 전기를 열원으로 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올해는 신규 수주확대로 지난해보다 12% 정도 늘어난 150억원의 매출달성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