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극적 중재 가능성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쟁이 점화된 시점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4일 저녁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자택에서 얼굴을 맞댔다.

정 회장의 부인 고(故) 이정화 여사의 1주기 제사에 현 회장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두 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향서 접수를 완료한 뒤 첫 대면이다.

현 회장은 당초 이 여사 제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그룹 측을 통해 이를 공식화한 뒤 제사가 시작되는 직전인 저녁 6시52분께 한남동에 도착했다.

검은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에쿠스 승용차에서 내린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된 보도진의 질문공세에 침묵을 지키며 곧장 자택으로 들어갔다.

정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저녁 6시 이전 이미 제사 준비를 위해 집안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현 회장은 제사를 지낸 뒤 도착한 지 1시간 반 가량이 지난 오후 8시20분께 자택에서 나왔으나 "제사 도중 현대건설 인수 관련 얘기가 나왔느냐", "인수에 자신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 역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귀가했다.

업계에서는 두 현대가(家) 그룹의 인수전이 현대그룹 측의 공세적 광고와 정몽헌 회장의 4천400억원 사재출연 액수 진위 공방 등으로 '가족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 두 회장의 만남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여사 제사에서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양측 간에 극적인 중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8.30%의 현대상선 지분을 넘겨받는다는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두 그룹간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양측이 제사 자리에서 사업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추모의 자리일 뿐 현대건설 인수 얘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사에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대선(현대비에스앤씨 대표).노현정 부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일선 비앤지스틸 대표, 정몽진 KCC 회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이상헌 기자 faith@yna.co.kr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