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과 연계된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차익거래용 매수는 선물 가격이 떨어지거나 현물(주식)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프로그램 매도로 전환돼 증시에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경계 요인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매수차익 잔액은 10조1705억원(지난 1일 현재)으로 6일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날 1721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차익거래 1336억원)이 흘러나온 탓에 매수차익 잔액은 소폭 줄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달 29일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후 계속 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으로 매수한 주식을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팔아 정리하는 물량을 제외하면 매물화할 수 있는 매수차익 잔액은 5조원 전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매수차익거래는 청산(현물 매도 · 선물 매수) 시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현재의 베이시스(현 · 선물 가격차) 움직임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외국인 투기세력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연일 선물을 사들이고 있는 데다 배당을 겨냥한 매수세도 들어올 것으로 보여 현물 대비 선물 가격의 초강세가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그동안 선물에 투자해온 외국인은 차익을 노리고 단기간 매매 방향을 바꾸는 '스윙 트레이더'들이 주를 이뤘지만,지난 6월 이후 꾸준히 매수 포지션을 쌓은 장기 투자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유출세로 바뀔 경우 매수차익 잔액이 증시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올 들어 한국 관련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의 자금 유출입과 외국인 프로그램 매수의 방향성과 폭이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펀드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되거나 순유출로 돌아설 경우 프로그램 매물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5월 급락장에서 프로그램 매도가 낙폭을 키웠다는 점에서 자금 유입 및 프로그램 매매의 방향성이 바뀌는 순간이 증시 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