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으로 증시가 꾸준히 오르는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면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그동안 많이 못 오른데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부각되고 있어서다. 금융주에 부정적이었던 여건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 랠리 당분간 이어진다"

4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67포인트(0.57%) 오른 1887.40을 기록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2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0일 이후 14거래일 연속 '사자'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도의 상승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돈을 연일 풀고 있는데, 이 돈이 한국 금융시장에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가 꺽이려면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이런 조짐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면서 추가 랠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도 "미국은 인플레이션 부담이 크지 않아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며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달러 약세로 인해 위험자산인 한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권株 상승 랠리 최대 수혜"

지수가 많이 오르자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금융주에까지 매수세가 확대되고 있다. 증권의 경우 같은 시각 동부증권(4.47%) 한양증권(3.49%) NH투자증권(3.40%) 등의 중소형주가 3% 넘게 오르고 있고, 동양종금증권(2.78%) 대우증권(2.58%) 한화증권(2.29%) 등의 중대형주도 강세다.

신한지주(1.96%) KB금융(2.50%) 우리금융(2.07%) 기업은행(3.35%) 외환은행(0.72%) 등 은행주와 삼성생명(0.47%) 삼성화재(1.79%) 대한생명(2.57%) 동부화재(3.15%) 현대해상(2.61%) 등의 보험주도 강세다.

증권의 경우 증시 상승 랠리에 따른 대표적 수혜주인데, 그동안 상승폭은 크지 않았던 게 부각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절반 가까운 수익을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통해 거둔다. 투자자들이 매매를 많이 할수록 돈을 많이 버는 구조다. 이 때문에 증권주는 거래대금에 민감한데 최근 시장이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거래대금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LIG투자증권은 이날 증권업종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올리면서 그 주된 근거로 거래대금 증가를 꼽았다.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당초 올 해반기 7조3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이를 7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지태현 연구원은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에서 개인의 비중은 2008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0.7%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며 "하지만 올 하반기 이후 강세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어 개인 비중은 다시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개인의 주식투자 확대는 그간 소외되어 있던 코스닥 종목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개인의 거래비중 확대와 회전율 증가,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은행ㆍ보험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큰 업종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은 수익성의 핵심인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보험은 고객이 맡긴 돈을 대부분 장기 채권 투자로 운용하는데, 이 자산이 부채로 잡혀 있어 채권가격 하락(금리상승)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은행의 경우 지난 2분기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만큼, 3분기에는 충당금 부담 완화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3분기 국내 주요 은행의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196%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급증했던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또 "3분기 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규모는 전분기 대비 43% 감소한 6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