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패드가 독주하던 태블릿PC(소형 터치스크린 PC)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까? 리서치인모션(RIM),삼성전자,델,HP 등 쟁쟁한 후발주자들이 올 연말까지 앞다퉈 태블릿PC를 선보이며 애플의 아성에 도전한다. 이들은 가격을 대폭 낮추거나 크기를 줄이는가 하면 멀티태스킹을 도입하고 무게를 줄이는 등 아이패드의 취약점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이에 맞서 내년 상반기 중 새 버전의 아이패드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태블릿PC 시장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델,다양한 제품군으로 승부

델의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7인치 태블릿을 깜짝 공개했다. 하지만 구체적 출시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델의 중화권 시장 공략을 총괄하는 아미트 미드하 사장은 "앞으로 몇 주 안에 7인치 태블릿을 내놓고 내년에는 10인치 제품까지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델은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5인치 태블릿 '스트리크'를 판매 중이다.

기존 5인치 제품에 이어 7인치와 10인치 제품으로 아이패드에 대항한다는 전략이다. 델은 5인치 태블릿을 선보이면서 2년 약정 시 299달러에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있어 7인치 제품도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델이 준비 중인 태블릿 신제품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반한다. 일부 제품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OS도 탑재될 예정이다. 델은 또 구글 크롬 OS를 사용할지 여부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IM · 삼성 · HP,잇따라 출격 대기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은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블랙베리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태블릿 '플레이북(PlayBook)'을 공개했다. 플레이북은 앞뒤 HD(고화질) 카메라를 갖춘 7인치 화면에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고 무선랜과 블루투스,USB 등을 지원한다. 무게는 400g으로 애플 아이패드(730g)보다 가볍다.

삼성전자와 HP 역시 올해 안에 태블릿PC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P의 태블릿PC 슬레이트의 경우 당초 예정됐던 시기보다 계속 출시 시기가 늦어지고 있지만 윈도7 기반의 제품으로 애플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관심을 얻고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유럽을 필두로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갤럭시탭의 장점은 무엇보다 휴대성과 이동성에 있다. 아이패드는 680g의 무게로 성인이 한손으로 휴대하기 버겁다. 그러나 7인치 갤럭시탭은 이의 절반가량인 380g이어서 한손으로도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다. 갤럭시탭은 전방과 후방에 각각 소형 카메라가 장착돼 멀티미디어를 이용,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가격 경쟁 촉발될까

소비자들의 관심은 이제 애플이 아이패드 새 버전을 언제 출시할지에 쏠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헨리 킹과 케빈 루는 지난달 28일 투자 보고서를 통해 "아이패드 새 버전이 내년 6월 이전 시판될 것"이라며 "새 버전에는 이전과 같은 9.7인치 디스플레이가 채택됐지만 두께는 더욱 얇아지고 무게는 가벼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아이패드에는 내장 카메라와 미니 USB 드라이브도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막강한 PC업체들이 태블릿을 차례로 선보이는 데다 아이패드 새 버전까지 출시될 예정이어서 태블릿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RIM의 플레이북이 지금까지 나온 태블릿 중 가장 저가에 판매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임스 베질리 RIM 공동대표는 플레이북에 대해 "매우 경쟁적인 가격에 팔리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스턴 에이지앤리치의 비제이 라케쉬 애널리스트는 "플레이북의 가격은 현재 최저 가격 수준인 299달러 미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다 알렉산더 아이서플라이 애널리스트는 "RIM HP 에이서 삼성 델 등이 태블릿을 팔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가 많아짐에 따라 가격 경쟁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