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원 · 달러 환율 흐름에 대한 관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환율이 어느 선까지 추가로 하락할 것인가 하는 점과 추세가 바뀐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추가 하락 폭에 대한 전망치는 다양하지만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미국이 중국의 '환율 조작'을 빌미로 달러화 가치를 약세로 유도하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원 · 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해 외화의 수요 · 공급 측면에서도 원 · 달러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경상수지는 8월 20억7000만달러 흑자를 내 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9월 무역수지도 50억1000만달러 흑자였다.

최근의 달러화 약세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서 비롯된 만큼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요 금융사와 연구기관들이 제시하는 원 · 달러 환율의 단기 저점은 1070~1120원이다. 1일 종가(1130원40전)에 비해 최소 10원,최대 60원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JP모건은 환율이 다음 달 중 107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선물은 1100원 또는 1120원이 10월 중 저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선물은 환율이 연말에는 112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에도 환율 하락세가 지속돼 연 평균 환율이 1110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평균 환율로 1090원을 제시했다.

삼성선물은 10월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위험자산 선호가 계속될 것"이라며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지속되면서 원 · 달러 환율은 1120원 및 1100원을 하향 돌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율 하락세의 지속 또는 반전 여부를 판가름짓는 시기는 11월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11월은 미국 중간선거(2일),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12일) 등 정치 이벤트가 집중된 달이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지고 나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약해지면서 원 · 달러 환율의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약세를 이끄는 정치적인 요인이 약해질 것"이라며 "연말에는 한국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강화하면서 원 · 달러 환율이 다시 115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도 "11월 중순까지는 지금의 시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때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